칸영화제 진출 ‘아가씨’, 국내 반응은 어떨까?

입력 2016-05-0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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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과 배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의 첫 만남, 그리고 그들이 완성한 매력적 캐릭터와 팽팽한 스토리, 매혹적 볼거리가 있는 영화 ‘아가씨’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박찬욱 감독과 배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아가씨’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영화 ‘아가씨’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의 오랜만의 국내 신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 영국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 분)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분),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 분)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 분)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 소설을 읽고 완전히 반했다.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충격적인 반전까지 있다. 이 작품을 꼭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미국 영화와 한국 영화를 번갈아가면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미국 영화 ‘스토커’ 이후 찍게 됐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이어 “그동안 내가 했던 작품 중에 가장 대사가 많다. 주인공이 넷이나 되는 만큼 영화 시간도 긴 편이고, 깨알 같은 잔재미가 가득한 작품이다. 내 작품 중 가장 이채롭다”고 설명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 김민희는 사연을 감춘 귀족 아가씨로 변신했다. 귀족 아가씨는 후견인인 이모부의 엄격한 규율과 보호 아래 살아간다는 사실 외에 많은 것이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김민희는 거대한 저택에서 부모도, 친구도 없이 외롭게 자라 세상 물정에 무지하고 순진한 귀족 아가씨 역을 특유의 우아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김민희는 기품 있는 귀족 아가씨를 표현하기 위해 25벌의 드레스와 다양한 디자인의 가체를 소화하는 등 내외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애쓴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희는 “사실 현대극에서 세련된 역할보다 평범한 역을 많이 했다. 시대극은 처음이라 흥미로웠다. 눈에 보이는 것들, 예를 들어 의상, 분장, 미술 등이 기존의 작품들과 많이 달라 준비하는 과정 또한 즐거웠다. 즐겼고, 영화에서 영상 보니까 더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연기자들에 대해 “하정우와 꼭 한 번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같이 하게 되어 영광이다. 처음 만나는 신을 찍는데 정말 재밌다고 느꼈다. 연기가 더 재미있고 신이 났다. 조진웅은 노인분장이 너무 잘 어울렸다. 극중 그런 관계임이 아님에도 ‘멋있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연기적으로 배울점도 많았다. 김태리는 신인답지 않게 침착하고 유연하다. 현장에서 항상 큰 커피나, 차, 물을 가지고 다니더라. 어느 날은 음료에 빨대를 꽂아 먹으라고 하더라. 자기가 먹던 빨대로. 되게 귀엽고 순수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가는 배우 하정우는 극중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 백작으로 새로운 변신을 선보인다. 여자를 유혹하는 탁월한 기술과 능수능란한 처세술을 지닌 백작으로 분한 하정우는 때로는 귀족 같은 젠틀함으로 한편으로는 능구렁이 같은 사기꾼의 면모로 극에 생동감 넘치는 재미와 스릴을 선사한다.

하정우는 “그렇게 애를 쓰긴 썼는데 어떻게 소개가 될지 모르겠다. 사실 ‘매력적일까’ 싶다. 아직까지 나도 의문이다”며 “백작이라는 친구가 영화 안에서 하는 짓들을 보면 참 놀랍다. 놀랍다는 것이 긍정적인 매력일까 싶을 정도로 그렇다”고 토로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강력계 형사 이재한 역을 맡아 우직하면서도 순애보 넘치는 매력으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조진웅은 ‘아가씨’에서 파격적 변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진웅은 아가씨의 후견인 역을 맡아 스크린에서 첫 노역에 도전한다.

조진웅은 “김민희의 이모부이고 후견인이다. 이 양반이 묘하다. 영화를 보시면 드러날 것이다”며 “노역을 연극에선 해봤지만 영화에선 처음이라 저에게도 도전이었다. 신선한 충격, 나도 이렇게 늙어가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이어 “‘시그널’은 끝났다. 이제는 ‘아가씨’가 기다리고 있으니 또 한 번 재미난 캐릭터를 확인해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진웅은 욕망에 집착하는 외골수적이고 히스테릭한 노인 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18kg 감량하고 매 촬영마다 3시간에 달하는 분장을 감행, 걸음걸이와 앉는 자세, 목소리까지 바꾸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조진웅은 “감독님께서 영양 상태가 좋게 보이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셔서 체중을 뺐다. 시키니까 했다”며 “예민한 역할이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 근데 정우 씨도 살을 상당히 많이 뺐다. 각축전이 벌어졌다”고 귀띔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하정우는 “재미있었던 기억은 우리 영화의 두 여배우는 사실 체중 감량이나 외적인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도리어 남자 배우 둘이서 `얼굴 주름이 더 펴져야 하는 것 아니니, 넌 뭘 바르니`라고 계속 얘기를 했다”며 “감독님께서 둘이 아가씨들 같다고 하셨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신예 김태리는 백작과 거래를 한 하녀 숙희 역을 맡았다. 무려 1500대1의 경쟁률을 뚫었다. 숙희는 도둑의 딸로 태어나 장물아비 밑에서 자란 고아 소녀. 아가씨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백작의 계획에 가담하지만 자신을 아껴주는 아가씨를 향한 진심과 백작과의 거래 사이를 줄타기하듯 오가며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이끄는 인물이다. 김태리는 선배 배우들과 매혹적 연기 앙상블로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줄 예정이다.

김태리는 “숙희는 백작과 거래를 하는 하녀이고, 당찬 성격을 잃지 않는다. 아가씨의 재산을 가로채려 백작과 거래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찬욱 감독과 ‘아가씨’의 주연 배우들은 오는 14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리는 공식 스크리닝 및 같은 날 진행되는 기자회견과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로 세 번째 경쟁부문에 진출하게 됐다. 박찬욱 감독은 이미 제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올드보이’, 제62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상을 수상한 ‘박쥐’로 칸을 찾은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은 “정말 솔직히 말씀드려서 경쟁 부문에 초청되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아기자기한 영화이고 예술 영화들이 모이는 영화제에 어울릴까 싶을 만큼 명쾌한 영화였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아주 해피엔딩이고 모호한 구석이 없는 후련한 영화이기 때문에 그런 영화제들은 찜찜하고 모호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나. 그냥 미드나잇 부문에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가게 됐다”며 “그 사람들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용서받지 못한 자’, ‘황해’, ‘추격자’, ‘숨’에 이어 ‘아가씨’로 다섯 번째 칸영화제에 참석하는 하정우는 “운 좋게도 칸영화제에 여러 번 가게 됐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오전 타임에 상영돼 굉장히 썰렁했다. 이목 집중이 적다. 우리끼리 인증샷 찍었다. ‘추격자’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서 취객 밖에 없었다. 크게 부담감과 긴장감은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가씨’로 다시 한 번 칸 영화제를 찾게 된 박찬욱 감독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그리고 신예 김태리는 칸영화제 공식 행사를 포함한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며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과 팬들을 매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제작발표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영화 ‘아가씨’는 이제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칸영화제에 진출한 영화 ‘아가씨’가 국내 관객들에게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아가씨`는 6월 개봉 예정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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