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의 발리슛 극장골을 무색하게 만든 멘디의 진짜 '극장골'

입력 2016-08-05 10:55   수정 2016-08-05 21:55

▲ 극장골 주인공 울산 FW 멘디(울산현대프로축구단)
정말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섣불리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15,236 전주성 홈팬들은 부상에서 돌아온 이동국이 터뜨린 90분 극장골에 한여름밤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4분 뒤에 터진 또 하나의 극장골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3일 오후 7시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1-1로 비겨 24경기 연속 무패(14승 10무) 기록을 세웠다.

나흘 전 광주 FC와의 홈 경기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두며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23경기 무패 기록을 세운 전북 선수들은 대기록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그 과정에서 쌓인 피로감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최근 3경기 연속 패배(2득점 7실점)의 수렁에 빠진 울산 선수들을 상대하면서도 마무리 집중력을 높이기가 힘들었다. 홈 팀 최강희 감독이 후반전에 이동국과 이종호를 차례로 들여보내며 자신들의 특산품 닥공을 펼쳤지만 좀처럼 울산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물론, 3경기 연속 패배의 수렁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울산 선수들의 절박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전북의 대기록 행진에 희생양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0-0 득점 없이 경기를 끝내는 것이 울산으로서는 나쁜 결과는 아닌 셈이었다.

울산 팬들은 정말 그렇게 경기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전북의 닥공은 정확히 90분에 결실을 이뤘다. 그 과정에서 울산 골키퍼 정산의 믿기 힘든 킥 실수가 나왔다. 전북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공격을 침착하게 잡아낸 정산이 들고 찬 공이 어이없게도 전북 미드필더 김보경 앞에 떨어진 것이다. 김보경은 이 공을 가슴으로 받아놓고 지체없이 오른발 크로스로 이동국을 빛낸 것이다.

90분, 발리 슛의 장인이라 불리는 이동국은 김보경의 이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 가위차기로 그물을 흔들었다. 이 순간에도 골키퍼 정산이 그 공을 잡아내는 듯 보였지만 공이 뒤로 흘러 굴러들어가고 말았다. 정산으로서는 몇 초 안 되는 시간에 두 차례나 안타까운 순간을 겪은 것이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전북의 24경기 연속 무패 기록이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6연승의 휘파람이 관중석에서 울려퍼질 때쯤 또 하나의 믿기 힘든 극장골이 터져나왔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다 되어 울산이 기사회생한 것이다. `울산의 4경기 연속 패배=전북의 6경기 연속 승리` 공식이 한순간에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그 주인공은 울산 새내기 골잡이 멘디였지만 그 과정이 더욱 드라마틱했다. 이동국에게 발리슛을 얻어맞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킥 실수를 저지른 골키퍼 정산이 동료 수비수 이재성의 스로인을 받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 롱 킥을 차 올렸다. 그런데 그리 높지 않게 날아간 공이 정확하게 골잡이 멘디에게 배달되었고 그는 절묘한 180도 터닝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왼발 슛을 전북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4분 전 이동국이 터뜨린 멋진 발리 슛이 무색할 정도로 진짜 극장골이 터진 것이다.

역시 축구장의 교훈은 함부로 속단할 수 없는 것이었다.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울산이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이렇게 결정적인 한방 `철퇴 축구`가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2012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그 위력을 만천하에 자랑했던 울산의 철퇴 축구가 올해 제일 잘 나가고 있는 전주성에서 다시 살아났다. 당시 주역이었던 김신욱은 마침 교체 아웃되어 전북의 벤치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역시 축구라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는 명승부였다.

한편, 이보다 30분 뒤에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 FC와 FC 서울의 경기는 후반전에 2골을 몰아넣은 데얀 다미아노비치의 결정적인 활약 덕분에 FC 서울이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새로 부임한 황선홍 감독에게 처음으로 2연승 선물을 안겨주었다.

전북(vs 상하이 상강)과 FC 서울(vs 샨동 루넝 FC)은 오는 23, 24일 각각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2016 K리그 클래식 27라운드 일정 변경(사유 - 전북과 FC 서울의 챔피언스리그 8강 일정)

★ 전북 현대 1-1 울산 현대 [득점 : 이동국(90분,도움-김보경) / 멘디(90+4분, 도움-정산)]

★ 성남 FC 1-2 FC 서울 [득점 : 실빙요(15분,도움-황진성) / 데얀 다미아노비치(73분,도움-윤일록), 데얀 다미아노비치(80분,도움-김치우)]

◇ 2016 K리그 클래식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24경기 62점 14승 10무 45득점 26실점 +19
2 FC 서울 24경기 40점 12승 4무 8패 45득점 34실점 +11
3 상주 상무 23경기 35점 11승 2무 10패 41득점 37실점 +4
4 울산 현대 24경기 35점 10승 5무 9패 25득점 31실점 -6
5 성남 FC 24경기 34점 9승 7무 8패 37득점 32실점 +5
6 제주 유나이티드 23경기 31점 9승 4무 10패 41득점 39실점 +2
7 포항 스틸러스 23경기 30점 8승 6무 9패 27득점 27실점 0
8 광주 FC 23경기 28점 7승 7무 9패 29득점 31실점 -2
9 전남 드래곤즈 23경기 28점 7승 7무 9패 27득점 27실점 0
10 수원 블루윙즈 23경기 27점 6승 9무 8패 32득점 38실점 -6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23경기 23점 5승 8무 10패 25득점 33실점 -8
12 수원 FC 23경기 19점 4승 7무 12패 16득점 35실점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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