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환 이사 /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
작년까지 가장 많이 듣던 말이라면 양적 완화였습니다.
올해 중반부터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은 재정 정책이지요?
간단하게 비교를 해드리자면, 통화 정책이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 뿌리겠다는 정책이라면 재정 정책은 그 돈이 쓰일 곳을 딱 지정해주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도로나 철도, 혹은 항만 등을 건설하면 뭉터기 돈들이 실물 경제로 곧장 인젝션될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는 양적 완화로 뿌려진 돈들이 뱅뱅 돌다가 다시 은행으로 다시 돌아와버리는 바람에 실물 경제로의 유입이 제한적이었는데요, 돈이 자연스럽게 실물 경제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물꼬를 터주자는 정책이 재정 정책입니다.
사실, 돈만 뿌리는 양적 완화는 일본이 원조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번번히 실패만 거듭했었지요.
지난 1999년에 2만엔 상당의 바우처를 3000만 명에게 무상으로 뿌린 적도 있었고, 2009년에는 아예 현금을 12,000엔씩 지불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소비가 늘어난 적은 없었습니다.
그 받은 돈을 가지고 물건을 사야 소비가 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 돈으로 빚을 갚거나 저축을 해버렸습니다.
당연하지요...생각해보십시오.
지금 실직을 해서 살 길이 막막한 사람에게 몇 십만원을 손에 쥐어 줬다고 그가 근사한 식당에서 밥을 먹겠습니까? 아니면 옷을 사입겠습니까?
여러 번 실패를 해서 알만도 한데, 일본은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해왔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 역시 양적 완화에만 오로지 기댈 수밖에 없었지요.
양적완화만을 고집했던 이유가 물론 있었습니다.
재정 정책을 쓸 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었지요.
일본은 짐바브웨 다음으로 정부 채무가 많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일본 신용 등급은 우리보다 두 단계 정도 낮지 않습니까?
더 이상 정부가 진 빚을 늘리다가는 자칫 신용등급이 정크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앙 은행의 양적 완화에만 오로지 기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물론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또다시 실패했습니다.
지난 2012년 10월 이후,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이번 2/4 분기 GDP도 고작 0.2% 증가에 그쳤지요?
기다리던 소비는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돈을 쏟아 부으면서 엔화가 그리도 많이 하락했지만 수출 부진 역시 지속되었지요.
시작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습니다.
전체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14%에 불과한 일본이 양적 완화를 통해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그를 통해 수출을 끌어 올린다는 발상은 시작부터 잘못된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일본이 왠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할 생각인가봅니다.
백날 해도 안되는 통화 정책 보다는 재정정책으로 말이죠.
문제는 없는 돈을 어떻게 만드는 지의 여부인데요, 지금 일본에서는 두 가지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이자가 없는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이죠.
이론적으로 영구채는 상환의 의무가 없습니다. 이자만 내면 말이죠. 그런데 무이자 영구채라면 어떨까요?
마침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졌으니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텐데요, 무이자 영구채가 만들어진다면 이게 말이 채권이지 그냥 정부에게 돈을 만들어서 주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상환의 의무가 없으니 아무리 돈을 빌려도 재무 구조가 망가질 가능성도 없겠지요?
둘째, 정부로부터 구매한 채권의 일부를 은행이 소각하는 것이죠. 추가 재정을 집행 해도 역시 소각된만큼 일본 정부는 부담을 늘리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네들이 지네들 돈 찍어서 정부에게 무상으로 주고 그 돈 가지고 철도나 공항 항만 도로 등의 인프라에 집중투하자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실물 경제로 찍어낸 돈들이 흡수될 수 있도록 말이죠.
일본 중앙은행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국채를 주워 담았는지 시중 은행의 국채 보유량이 급격하게 감소할 정도였습니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만기가 존재하지요?
일본의 시중은행들은 담보 비율의 규정에 맞추기 위해서 최소한 5%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하는데요,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채워 넣고 싶어도 정부에게 쓸 현금을 쥐어주기 위해서 유통 시장의 국채를 닥치는대로 일본의 중앙 은행이 매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씨가 말라 버린 것이죠.
이제는 심지어 발행시장에서도 싹쓸이를 하다보니까 은행들이 맞춰야 할 국채 비중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겁니다.
무이자 영구채나 채권 소각이나,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누구도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보이는 엔화의 약세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은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은 금리 인상의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상황에서 일본 엔화는 또 한 번의 팽창 가능성을 의미하니까요.
아마도 미국의 금리 인상 직전까지는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단기적으로 엔화는 약세를 보일 듯 합니다.
또한 인프라 관련주에 투자를 해야만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양경식 ksy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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