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년 공백 한풀이 박하선 “드라마가 잘 돼서 보람도 되고 뿌듯해요”

입력 2016-11-02 07:27  



박하선의 선택은 옳았다.

‘혼술남녀’의 박하선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했다. 대본의 대사와 설정을 인위적으로 꾸며낸 것이 아닌, 마치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한 면을 그대로 드러낸 듯한 모습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시청자들은 쉽게 극에 빠져들었고, 큰 사랑을 줬다. 지난달 25일 인기리에 종영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를 통해서다.

2년여의 휴식기를 끝내고 박하선이 선택한 ‘혼술남녀’는 방영 전부터 ‘혼술’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드라마 최초 노량진 학원가를 배경으로 해 화제를 모은 드라마로 학원 강사와 공시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매일을 힘겹게 분투하는 청춘들을 보듬었다. 고달픈 일상을 홀로 마시는 술로 위로받는 이들의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는 매회 공감과 웃음을 안겼다.

“색다름과 재밌는 시놉시스 때문에 선택했어요. 입시학원 강사 이야기에 혼자 술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흔한 주제는 아니잖아요. 2년의 암흑기를 거치면서 제 스스로 힐링할 수 있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하고 싶었어요. ‘혼술남녀’는 대본 1부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부담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코믹 연기라 ‘하이킥’과 비교될 것 같았어요. 초반에 박하나 캐릭터에 힘을 많이 주신 것도 부담이었고요. 그런데 나중에는 ‘나 좀 더 굴려주시지’ 하고 아쉽더라고요. 드라마가 잘 돼서 보람도 되고 뿌듯해요. 망하지 않았으니 다행이죠.”

박하선의 캐릭터 박하나는 입시 학원 출신 국어 강사로 노량진에는 갓 입성한 초짜다. 진정석(하석진)과는 달리 명문대를 나오지도 못했고, 형편도 넉넉하지 않아 반지하 단칸방에서 혼자 자취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으려는 밝은 캐릭터다. 박하선은 내세울만한 스펙과 인맥이 없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절실해야만 했던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주위에 있을 법한 인물을 연기해 친근한 매력을 발산했으며 자신보다는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인간미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박하나 캐릭터에 공감했어요. 극중 박하나가 굽신거릴 때는 허리가 다 아팠어요. 20대 여자들의 짠함이 느껴졌죠. 2년간 공백기가 없었다면 박하나에게 공감하지 못 했을 거예요. 스스로를 많이 안아줬어요.”



그러는가 하면 ‘노그래(노량진의 장그래)’로 불릴 정도로 직장인들의 삶과 애환을 잘 녹여내 크고 작은 울림을 선사하고, 물 오른 코믹 연기로 안방극장에 웃음 폭탄을 안겨줬는데 망가짐을 넘어 못생김까지도 연기하면서 웃음과 감동 코드를 모두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과거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통해 호평 받았던 코믹 연기 실력을 ‘혼술남녀’에서도 그대로 과시했고, 이는 대성공이었다.

“‘하이킥’ 때는 그냥 됐는데 이번에는 많이 민망하기도 했어요. 하석진 씨가 제게 ‘평소에 조용한데 슛 들어가면 그러냐’라는 말도 했어요. 그동안 여자 아이돌 춤은 연습을 했어요. 쫑파티나 시파티 때 하나씩 춰 드려야 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승무나 살풀이는 춰본 적이 없었어요. 한 잔 마시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정말 한 잔 마시고 했어요. NG는 안 났는데 좀 더 좋은 장면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박하선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정석(하석진), 공명(공명)과 삼각 로맨스를 그릴 때 설렘 가득한 모습부터 먹먹한 눈물 연기, 실감나는 취중 연기까지 다채로운 감정선을 선보여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2년 정도 쉬면서 많이 마셨어요. 영화 볼 때나 잠이 안 올 때, 맥주 한 캔이나 버니니 정도. 주량은 각 1병 정도였는데 좀 더 늘은 것 같아요. ‘혼술남녀’ 하면서 1병은 거뜬히 먹는 것 같고 촬영 마지막에는 소주 반 병을 마시고도 안 취하더라고요.”

또한 진정석과의 첫 데이트 전날에 얼굴 팩하던 장면에서는 화장기 하나 없는 민낯으로 촬영에 임하는 등 외적인 부분을 내려놓고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집중하면서 남다른 열정을 불태웠다.

“망가지는 연기에는 정말 자신이 있어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해요. 연예계에는 예쁜 분들이 정말 많아요. 내가 빈틈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은 망가짐이라고 생각해요. 안 꾸며야 예뻐 보이더라고요. 되도록 민낯으로 나오려고 했어요. 속눈썹도 안 하고, 옷도 늘리고요. 다음에는 더 내려 놓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0대 첫 작품으로 ‘혼술남녀’를 선택한 박하선은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짠내 가득하지만 따뜻함이 있었던 여주인공 박하나를 자신만의 색깔로 완성시키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인생 작품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말이다. 더불어 그녀가 2년여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혼술남녀`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기에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쳐나갈지 기대 또한 높이고 있다.

“서른을 기다렸어요. 원하는 데로 안 되고, 열심히 해도 실패하고, 20대 여자 배우로 사는 게 힘들었거든요. 2014년 드라마 ‘유혹’ 이후 뜻하지 않게 오래 쉬었어요. 출연 예정이던 영화와 드라마를 기다리다 제작이 무산되면서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 버렸죠. 그 사이 매니저를 사칭하는 누군가가 제게 온 출연 제안을 거절하고 ‘중국 활동만 한다’는 소문을 내는 일도 있었어요.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 시간들이 약이 된 것 같아요. 나를 걱정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알게 됐고, 연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았으니까요. 예전엔 바쁜 촬영에 잠이 부족해서 힘들었는데 요즘엔 잠도 싹 사라졌어요. 일 없을 때를 생각하면서 모든 것들에 감사하게 됐어요.”



‘혼술남녀’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에 따르면 16회 `혼술남녀`는 평균시청률 5.8%, 순간 최고 시청률 6.3%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첫 방송에서 2.9% 시청률로 시작해 이후 꾸준히 시청률이 오르며 4% 시청률을 유지했고, 마지막 방송에서 5%를 넘겼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어요. 오버한다고 욕만 먹지 말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방송이 되자마자 너무 좋은 얘기만 가득하더라고요. 을의 입장이기도 하고 혼술을 한다는 사실에 공감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시청률이 너무 잘 나와서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했어요. 시즌2를 한다면 시청률 6%가 나오도록 더 열심히 할게요.”

박하선 외에 하석진, 황우슬혜, 민진웅, 공명 등 맞춤옷을 입은 배우들의 열연도 ‘혼술남녀’ 인기에 힘을 보탰다.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와 연기가 어우러져 시청자와 깊은 정서적 공감을 이끌 수 있었던 것.

“정말 많이 웃으며 연기했어요. 촬영장이 정말 즐거웠거든요. 다른 배우들 연기에 웃음 찾느라 NG가 난 적도 많아요. 하석진씨가 성대모사를 잘해요. 특히 황우슬혜 언니 따라 하는 게 정말 웃겨요. 하석진씨는 끼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공명씨는 이번에 연기하면서 보니까 마치 이종석씨 같았어요. 스타가 될 것 같아요. 느낌이 와요. 제가 ‘나중에 잘돼도 나 모른 척하지 말라’고 한 적도 있어요.”

이렇다 보니 벌써 ‘혼술남녀 시즌2’에 대한 시청자의 바람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마지막회에서 정석(하석진)과 하나(박하선), 진웅(민진웅)과 진이(황우슬혜)의 사랑은 해피엔딩을 맞았으나 공시생 공명(공명), 기범(샤이니 키), 동영(김동영)이 낙방하는 이야기가 그려져 시즌2를 향한 기대감이 더욱 증폭된 상황.

“꼭 시즌2가 만들어져야 해요, ‘노그래’의 성장기와 성공담을 꼭 그려보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많이 망가질 각오가 돼 있어요. 제 연기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꼭 채우고 싶어요.”

4개월 동안 4시간씩 꾸준히 운동하고 인도도 다녀오고 그는 플라잉요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건강해지고 싶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시도한 플라잉요가는 그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원래 얼굴 살이 진짜 안 빠지는 스타일인데 서른 살이 되니까 이제야 젖살이 빠지더라고요. 얼굴 살이 많이 빠져서 그런지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해요. 이제는 살을 좀 찌우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어요. 전에는 살을 빼려고 필라테스, 클라이밍, 요가 등 별의별 다이어트를 다 해 봤어요. 그 때는 정말 안 빠졌는데 살이 너무 많이 빠졌나 봐요. 플라잉 요가가 다이어트에는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근육도 키우면서 마른 몸매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뻔해 보이는 캐릭터를 뻔하지 않게 그려내며 시청자의 깊은 공감까지 불러일으킨 박하선. 그가 다음 작품에서는 선보일 색다른 모습이 기대된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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