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외신들은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소식을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날 오후 4시 10분 대통령 탄핵 가결이 선포되자마자 일제히 "한국 국회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며 긴급 뉴스로 전했다.
AP통신은 이를 "한국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의 충격적 추락(stunning fall)"이라고 표현했다.
AFP도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권한을 전면 중단하는 탄핵안을 가결했다"면서 표결이 찬성 234표 대 반대 56표였고 이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날 때까지 국무총리에게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은 특히 탄핵 정국의 혼란이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한반도 안보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박 대통령 탄핵 가결로 인해 아시아에서 4번째로 큰 규모의 경제 국가인 한국의 불확실한 상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영국과 이탈리아의 국민투표에서 파퓰리스트가 승리하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 이어 글로벌 정치 질서를 타격할 `새로운 지진`이라고 묘사했다.
이어 미국, 자유무역, 대기업에 훨씬 회의적인 새로운 정부의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한국 재벌들의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신문은 전직 10명의 한국 대통령 모두가 권좌에서 쫓겨나거나 암살, 또는 스캔들에 휘말렸다면서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는 쪽으로 판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북핵과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탄핵 가결로 인한) 정치 혼란이 한국을 불확실성의 시기로 이끌고 있다"고 표현했다.
NYT는 "박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볼 때 다음 대선에서 진보 후보가 당선돼 박 대통령의 대북 접근과 대중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며 특히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도 곤란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NYT는 탄핵 보도와는 별도로 "박근혜 이후에는 누구?"라는 기사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황 국무총리뿐 아니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잠재적 대선 주자들 면면을 소개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헌법재판소가 6개월간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동안 한국에는 권력 공백이 생긴다"며 이것이 권력 이양기인 미국의 상황과 맞물려 "대북 정책을 둘러싼 엄청난 불확실성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표결을 앞두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의 몰락을 부추긴 포퓰리즘의 물결이 한국까지 도달했다"며 이번 탄핵 표결을 "박 대통령이 상징하는 기득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한 걸음"이라고 표현했다.
영국 BBC 방송은 탄핵안 찬성이 234표, 반대가 56표라며 이는 박 대통령이 속한 집권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더했다. BBC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안 인용 결정을 내리면 박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화 이후 물러나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된다고 보도했다.
일간 가디언 역시 긴급 뉴스로 다룬 뒤 비교적 상세한 후속 보도를 내놓았다. 가디언은 이날 탄핵안 가결은 "한국이 북한과는 극적으로 대비되는 수십년간의 경제적 발전과 자유 신장에도 정계와 재계 엘리트들의 부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박 대통령이 드라마 같은 추락을 맞고 있다면서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전했다. 국회 밖에서 흥겨운 시위가 진행된 가운데 나온 표결 결과는 박 대통령의 정치 이력에 불명예스러운 끝으로 기록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FT는 탄핵 가결은 거의 2개월에 걸친 대규모 촛불시위 이후 나온 것으로 서울 도심에서만 200만명이 참여하는 시위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에서도 구글 프랑스가 박 대통령 탄핵 가결 소식을 주요 뉴스로 올렸고 일간 르피가로, 경제지 레제코, 주간 롭세르바퇴르 등이 모두 속보를 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현지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꼭두각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제목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1988년 한국 민주화 이후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박 대통령은 그 운을 누리지 못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벨기에의 네덜란드어 일간지 `데 모르헨(De Morgen)`도 연합뉴스를 인용해 탄핵사실을 곧바로 보도했다. 데 모르헨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 재벌기업에 대한 기부금 압력 의혹 등을 소개한 뒤 최근 몇 주동안 한국에서 촛불집회가 이어졌으나 박 대통령이 이를 외면해 탄핵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도 탄핵안이 새누리당에서 반란표가 나온 덕분에 통과됐다며 탄핵 가결을 보도했고, 독일 슈피겔온라인, 포쿠스온라인 등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긴급 단문기사로 이 소식을 전했다.
매체들은 모두 박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면서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며 헌법재판소가 최장 180일 이내에 탄핵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등 이후 절차를 상세히 소개했다.
또한 이번 탄핵안 가결의 배경에는 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둘러싼 스캔들이 있다면서 이 스캔들이 그동안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켜 전국적으로 대규모 촛불집회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탄핵안 가결로 국정혼란이 장기화하며 내정은 물론 외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역사문제 등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NHK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 가결을 선포하자 곧바로 자막으로 속보를 전했으며 TV아사히는 동시통역을 통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NHK는 한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은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라고 소개했다.
교도통신은 "박 대통령은 헌재를 통해 대통령 권한을 회복할 가능성은 있지만 지지율이 되돌아올 전망은 없다"며 "한국 국민 생활 등 내정 뿐 아니라 북핵문제, 역사문제가 남아있는 한일관계에 대한 영향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표결에 돌입했을 때부터 긴급 뉴스를 보낸 데 이어 "한국 국회가 스캔들로 흠집이 난 박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인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고 보도했다.
중국중앙(CC)TV도 뉴스채널을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 소식을 보도했으며 홍콩 봉황TV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시작 시점부터 실시간 중계했다.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자체 SNS 계정을 통해 이번 탄핵안 통과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을 비교하면서 "민심을 잃어버린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을 거쳐 부활이나 기사회생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호주 공영 ABC 방송은 긴급 자막 뉴스를 내보냈고, 러시아 타스 통신, 리아 노보스티 통신도 서울발로 한국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안 채택 소식을 신속히 보도했다.
필리핀통신(PNA)과 일간 마닐라불러틴 등 필리핀 언론, 인도네시아 언론,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 아랍권의 대표 위성방송인 알자지라,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인도 NDTV, 타임스오브인디아, 터키 국영방송 TRT의 영어 뉴스채널인 TRT월드, 루마니아 관영 통신 아게르프레스 등도 일제히 탄핵안 통과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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