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투자와 주가' 입니다.
요즘 주가가 가장 좋은 업체 하나만 꼽으라면 다들 삼성전자를 꼽죠? 워낙에 우리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압도적인데다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절대적이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때마다 집중조명을 받습니다. 이 삼성전자의 거침없는 상승세의 근저에는 비수기에도 훨훨 날고 있는 반도체 업황이 있습니다.
반도체 하면 또 어느 기업이 있습니까? SK하이닉스죠. 역시 최고가를 경신해 내고 있습니다만 주가의 상승률로만 보면 더욱 돋보이죠?
SK하이닉스가 청주에 15조 원 이상을 들여 새로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D램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를 하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 낸드 플래시는 4-5위를 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집중 투자를 통해 D램, 낸드 공히 세계 시장의 선도자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겁니다.
분기에 1조 2천억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이 되는 SK하이닉스를 보면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2008년 귀국해서 금융사의 해외투자를 담당하면서 SK하이닉스가 발행한 달러 표시 회사채를 검토한 적이 있었습니다. 거짓말이라고 하실 텐데 2008년 말, 2009년 초 전 세계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SK하이닉스의 채권 수익률이 무려 년에 7-80%나 됐습니다.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데다가 삼성전자와 일본, 대만 업체들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벌인 이른바 반도체 치킨 게임이 절정을 치달을 때였습니다. 당시 이천 공장에 근무하던 한 지인은 조만간 문을 닫을지도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SK하이닉스가 무너졌다면, 그래서 또 해외 사모펀드 같은 데로 팔려 나갔다면 우리 반도체 산업은 어떻게 됐을까요? 또 이천과 청주의 지역 경제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당시 용기를 내서 투자를 한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 지배구조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외환은행이 대주주이면서 또한 최대 채권자였습니다. 우리 은행권이 주주이자 채권자인 상태에서 이걸 파산하게 내버려 둘 수 없는 독특한 구조에 착안을 했고, 또 하나는 홍콩을 비롯한 해외의 반도체 애널리스트들과 영업맨들을 탐문해 보니 반도체 치킨 게임이 막판이고 그 전쟁의 최종 승자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바로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채권 투자와 더불어 2009년에 있었던 유상증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만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분기에 1조 이상 돈을 버는 회사가 될 지는 저도 잘 몰랐습니다.
만약 2011년에 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를 안 했다면 그룹의 위상이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그저 내수에만 의존하는 소비재 기업으로의 색체에다 외형과 질적으로도 지금의 그룹의 위상을 갖추기 힘들지 않았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것, 신규 투자를 하는 것,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현금성 자산으로 그냥 갖고 있는 것.
우리 산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신규 투자를 지속적으로, 그것도 한국 내에서 하고있는 업종 하나만을 딱 꼽으라면 단연 반도체입니다. 이 투자의 힘으로 삼성 전자의 반도체가 있고 또 SK하이닉스가 있고 또 그 수많은 반도체 장비, 부품, 소재업체가 있는 겁니다. 이른바 투자의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는 겁니다.
투자가 오늘의 우리 반도체 산업을 일궜듯이 더 진취적인 투자가 없이 지금의 호황에 안주하다 보면 어느 샌가 미국이 일본이 또 중국이 또다시 치킨 게임을 하자고 달려들 거 아니겠습니까?
10년 이후 SK하이닉스가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을지, 이 적극적인 투자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 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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