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추경' 입니다.
한 해 나라의 살림살이를 예산이라고 하죠. 그런데 통상 예산 가지고 살림살이가 힘들 때 추가로 예산을 더 짭니다. 바로 추가경정예산이라고 하죠. 그러니까 이 추가경정예산이라는건 일단 계획된 예산으로 살림을 살아본 다음 모자라는지, 남는지 봐서 결정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아직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정부가 내년 상반기 그것도 이르면 2월경에 추가경정예산을 만들자는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부진할 게 뻔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예산을 더 짜서 경기 방어에 나서자는 얘긴데 일단 야당과 내일이면 탈당을 하게 될 이른바 개혁신당에서는 일단 반대하는 모양새죠.
한쪽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쓰자는 거고 또 한쪽은 그렇게 돈 끌어 쓰다가 정말 어려워졌을 때 실탄이 모자라면 어쩌냐,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할 때라고 합니다.
정치권만 뜻이 갈리는 게 아닙니다. 정작 예산을 짜고 집행해야 할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도 경제정책을 하는 부서에서는, 재정확대를 예산을 편성하는 부서에서는 긴축적 재정 정책을 주장을 하고 학계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합니다.
찬반 양론의 근저에는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과 더불어 정부 재정의 건전도를 보는 입장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한 쪽은 2-3%대의 성장은 최악의 국면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는 반면에 다른 쪽은 지금 긴급 처방전을 쓰지 않으면 앞으로 2-3%대 혹은 그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겁니다.
또 한쪽은 우리 정부부채의 증가 속도가 매우 우려스럽게 보는 거고 다른 쪽은 현재의 우리 재정의 건전도는 주요국 중에 최고 수준이라는 겁니다.
같은 경제 상황을 보는 데 앞을 보는 지 뒤를 보는 지 헛갈릴 정도로 시각차이가 큽니다.
다만 이 양측에 공통적인 주장이 있기는 합니다. 첫째가 찔끔찔끔하는 뒤늦은 추경은 별로 소용이 없다는 점과 취약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산의 확대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최근의 추경을 보십시오. 한 여름쯤 논의가 시작돼서 국회 통과는 10월경이 되죠? 그럼 그 추경을 집행한다고 부랴부랴 서두릅니다. 또 일부는 실력자들의 지역구 예산으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정치권에서는 실업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건드려야 하는 구조조정은 가급적 미루려고 합니다. 특히 내년은 대선입니다. 과연 누가 대선 국면에서 구조조정이란 비인기 종목에 금메달을 따려고 하겠습니까?
올해 우리 예산이 처음으로 400조 원을 넘어서 수퍼 예산이라고 했었습니다. 400조를 넘기면 수퍼 예산입니까? 증가율과 얼마나 경기 진작용 예산이 많이 들어있는지를 보고 이 예산의 성격을 규정해야 할 텐데 그저 절대금액에 초점을 맞춰 국민들의 이해를 왜곡하는 한 측면이 있습니다.
일단 400조 원은 절대 수퍼예산이 아닙니다. 증가율 측면에서도 그렇거니와 어쩔 수 없이 늘 수 밖에 없는 복지 예산이 늘어난 걸 제외하면 결코 경기 진작을 위한 확장적 예산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빚을 더 얻어서라도 경기를 살리자고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쓰겠다고 나섭니다. 2008년 이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만 맡겨놨더니 금융시장만 좋고, 부자들만 좋아졌지 실물 경제를 살리는 데 별 소용이 없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지난 8년간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중에 가장 보수적인 통화정책을 쓴 곳이 어딥니까? 바로 우리 한국은행입니다. 혹자는 그래서 아직 금리를 더 낮출 여력이 있잖냐고 합니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성장이 멈춰버렸고 이제 미국이 금리를 올리니 그 여지도 사라져 버렸는데 이제 외서 무슨 소용입니까?
쪼그라든 여당과 정부가 조기 추경을 논하는 걸 사시로 볼 수도 있습니다만 그저 두고 보자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우리 속담에 생일날 잘 먹자고 3일 굶는다고 합니다만 3일 굶다 보면 체력 약한 어르신들은 회복 불가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 증시라인 11, 평일 오전 11시 LIVE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