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로 계란값이 일부 점포에서는 한판에 1만5천원까지 치솟았다.
AI 창궐로 산란계(알 낳는 닭)가 30% 이상 떼죽음을 당하면서 이미 오를대로 오른 계란값 폭등세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무악동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슈퍼마켓 계란 매대는 텅텅 비어있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30구들이 계란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고 가격이 크게 오른 15구들이 계란만 매대 한쪽에 초라하게 진열돼 있었다.
이 슈퍼마켓 점원은 "30구들이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5천원까지 올랐는데 그마저도 구하기가 어렵다"며 "구할 수 있는 15개들이 상품만 들여다놓았는데 갖다놓기가 무섭게 팔려버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종로구 영천시장 내에 위치한 H슈퍼마켓에서는 이날 오전 30구들이 계란 한 판을 1만1천800원에 팔고 있었다.
앞선 슈퍼마켓보다는 수급 사정이 나아 보였지만 가격이 크게 오른 건 마찬가지였다.
H슈퍼마켓에서 계란을 고르고 있던 주부 안모(51) 씨는 "계란값이 미친 것 같다"며 "식구들이 계란 요리를 좋아하는데 1만1천원을 주고 계란을 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물량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소매점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영천시장 초입에 있는 다른 소형 슈퍼마켓은 AI 사태가 확산한 뒤부터 충분한 물량을 공급받을 수가 없어 `1인 1판`으로 구매를 제한했는데도 매대가 텅텅 비어있었다.
이 슈퍼마켓 점주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30구들이 제품은 잘 구할 수도 없고 설사 어렵게 들여놓는다 해도 진열해놓는 즉시 품절돼 버린다"며 "장사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등에 비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백화점 식품매장은 물량이 없지는 않았지만 계란값이 워낙 올라 선뜻 손을 내미는 손님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날 오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지하 식품매장의 경우 30구들이 계란은 찾아볼 수 없었고 10구, 15구들이 상품이 6천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물량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동네 슈퍼마켓은 상대적으로 물량이 풍부하고 가격이 싼 대형마트에서 계란을 사다가 웃돈을 붙여 파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계란값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공급 사정이 악화하고 산지 시세가 오르는 상황이어서 계란값 상승 추세는 내년 설 시즌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며 "현재 대형마트에서 30구들이 기준 7천~8천원대인 계란값이 설 직전에는 9천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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