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당초 본인의 의중과 달리 차기 행장에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을 낙점하면서 ‘순리 리더십’에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사회와 재일동포 주주들의 반발에 더해 ‘제2 신한사태’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정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위성호로 내정하게 됐다. 재일주주들의 양해를 바란다”
한동우 회장과 재일동포 사외이사 중 한 명인 고부인 이사가 행장 선임의 통과의례 격인 오사카 ‘간친회’ 회장과 원로 재일동포 주주들에 재가를 받기 위해 전화 통화한 내용입니다.
회장 친위기구인 자경위와 달리 상법기구인 이사회 일부 사외이사들은 즉각 제동을 걸었고 재일주주 2·3세를 중심으로 위 사장의 행장 선임을 반대하는 ‘연판장’ 소동까지 일며 후폭풍으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신한금융 오사카 재일주주 정보통
“한동우 회장이 최영석(간친회 회장)에 전화해 위성호 시켜야겠다. 양해구하고 오사카 재일주주들 위성호 안된다. 연판장 돌리자”
본인 대(代)에서 신한사태를 종결짓기 위해 ‘조용병’ ‘임영진’ 카드에 무게를 뒀지만 라응찬 전 회장 측이 개입했고 그 결과물인 ‘위성호 낙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룹 안팎 고위층들의 전언입니다.
신한사태 주역의 행장 추대는 거대 조직인 은행, 라응찬 전 회장을 배경으로 업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파워게임 등 조용병 회장 내정자 흔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탄핵, 정권교체가 맞물리며 신한사태와 연계된 위 사장의 위증과 남산 비자금 사건 같은 정경유착 문제가 불거질 경우 그룹 전체가 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밖에 없습니다.
6년 임기 동안 신한사태 수습, 재일주주 관리, 순리 리더십 등 한 회장 본인의 치적에 상흔이 남게 되는 것은 물론 다가 올 지배구조 이벤트들이 만만치 않다는 점 또한 부담요인입니다.
시민단체 고발과 3월 법원의 신상훈 전 사장 최종 판결, 최근에는 정치권마저 차기 행장 향배를 예의주시하는 등 잠재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인터뷰> A 금융사 임원
“정치권 움직이면 어떤 지배구조도 그 리스크 감당할 수 없다. 그게 신한사태였다”
8일 재무재표 승인 이사회를 소집하는 신한금융은 하루 전 또는 당일 자경위를 열 예정으로, 안팎에서는 복수후보 추대, 조용병 내정자의 회장·행장 겸임 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응찬·한동우 전·현직 회장간 교감으로 탄생한 차기행장 구도가 굳어질 공산이 높은 가운데 6년 만에 찾아 든 지배구조 논란을 어떻게 풀어갈 지, 신한금융은 2010년 이후 또 한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