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함량이 높은 대표 음식으로 지목되는 김치가 실제로는 고혈압 발병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장기 추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송홍지(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이해정(가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은 2001년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에 참여한 5천932명(남성 2천822명·여성 3천110명)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김치 섭취와 고혈압 발생률의 상관관계를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아시아·태평양 임상영양학저널(Asia Pacific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한국영양학회 기준에 따라 배추김치·물김치·깍두기·그 외 김치 등 4가지 종류로 김치를 구분했다. 이후 김치 섭취량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고혈압 발생률을 분석했다.
나이·성별·흡연·음주·질병력·체질량지수(BMI) 등 혈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도 통계 항목에 넣어 조사의 객관성을 더했다.
그 결과, 배추김치를 가장 적게 먹은 그룹(1일 평균 75g 이하)은 1천254명 중 374명(29.8%)에게서 고혈압이 발생했다.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김치 포장단위가 100g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이 그룹은 비교적 적은 양의 김치를 먹은 셈이다.
배추김치를 가장 많이 먹은 그룹(1일 평균 남성 225g 이상·여성 150g 이상)의 경우 1천559명 중 443명(28.4%)에게서 고혈압이 관찰됐다.
오히려 배추김치를 가장 적게 먹은 그룹보다 고혈압 발생률이 낮은 셈이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두 그룹 간 고혈압 발생 비율에 유의성 있는 차이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물김치·깍두기·그 외 김치 섭취량을 분석해봐도 섭취량과 고혈압 발생률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체질량지수가 높은 남성(BMI 지수 25㎏/㎡ 이상)의 경우 물김치를 많이 먹을수록 고혈압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는 상관성이 있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 그룹에서는 255명 중 118명(46.3%)이 고혈압 증상을 보였다.
송홍지 교수는 "발효음식인 김치에 함유된 유산균이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하는 역할을 해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또 배추 등 김치 원재료(채소)에 함유된 칼륨이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추정했다.
송 교수는 "김치는 다양한 비타민과 식이섬유 등을 포함한 저열량·저지방 식품이므로 대사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물김치의 경우 다른 김치에 비해 유산균이 적어 과도하게 섭취하면 고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또 "최근 나트륨을 줄인 저염식단 열풍이 불면서 `저염김치`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김치의 나트륨 함량 변화 추이를 보지는 않았지만 나트륨이 적은 김치를 섭취하는 것은 고혈압을 예방하는 올바른 식단 관리 요령"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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