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생작’ 만난 공승연 “조만간 직업란에 배우라고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입력 2017-07-0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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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데뷔 6년차가 됐다. 결코 쉽지 않았던 6년이다. 크고 투명한 갈색 눈동자와 하얀 피부에 매력적인 목소리까지, 누구라도 부러워할만 하지만 배우는 분명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본업을 잘 해야 사랑 받는다. 배우 공승연은 본업에 충실한 배우였기에 데뷔 후 연기력 논란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연기를 사랑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에도 보이는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tvN 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에서 여주인공 한정연을 열연한 공승연은 지난 6월 30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바쁜 스케줄로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2012년 tvN 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으로 연기에 첫 발을 디딘 이후 대표작으로 남을 만한 작품을 성공리에 이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좋은 날 촬영을 시작해서 더워지기 직전까지 소중하게 행복하게 찍었어요. 아직도 정연이고 싶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이 유쾌하시고 사람들에게 좋은 기를 주시는 것 같아요. 다들 보고 싶어요.”

‘써클’은 2017년 외계에서 온 인물의 등장과 함께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쫓는 대학생 김우진(여진구)과 2037년 감정이 통제된 미래도시 스마트지구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쫓는 형사 김준혁(김강우)이 현재와 미래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공승연은 극중 외계인 별이, 대학생 한정연, 2037년의 블루버드까지 1인 3역으로 분해 입체감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역할이라 꼭 도전하고 싶었어요. 평소에 도전을 좋아한 편은 아니었는데 욕심이 났어요. 앞으로도 이런 캐릭터는 쉽게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일단 대본도 너무 재미있었고요. 지금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최초의 SF추적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상상에 현실감을 불어넣을 연기력은 필수였다. 제작진이 캐릭터에 쏟아 넣은 애정에 보답을 하듯 배우들은 숨결을 불어넣었다. 세 시대에 걸쳐 섬세한 연기로 미스터리를 고조시켰던 공승연의 연기는 ‘써클’을 이끌었다. 1인 3역에 도전한 공승연의 마음은 어땠을까.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외모적인 부분을 바꿔가면서 덕택을 많이 본 것 같아요. 역할 속 인물이 각각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 묻어갔던 것 같아요. 제 모습이 너무 어색해서 거울도 안 봤어요. 나중에는 녹아들더라고요. ‘화장법이 늘었다’라고 쓴 댓글을 보고 웃었어요. 막판에는 정연, 별이, 블루버드를 같이 찍었어요. 처음에는 헷갈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분장하면서 집중이 되더라고요. 정연이의 모습이 가장 맘에 들어요. 역할 안에서도 정연이고 싶었어요.”

공승연은 또 세 가지 캐릭터 중 가장 어려웠던 역할로 외계인을 꼽았다.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일부러 뻔뻔하게 연기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CG(컴퓨터그래픽)가 처리되기 전 투명 컴퓨터 기기를 작동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연기하는 것은 좀 힘들었어요. 또 내가 외계인이라는 증거가 나오는데, 그걸 표현하는 것도 힘들었고요. 참고할 작품이 없어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공승연은 극중 2017년을 배경으로 한 파트1과 2037년의 파트2에서 여진구, 김강우와 각각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과의 환상적인 호흡은 그의 연기가 극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진구는 저보다 나이가 어린데, 선배 같고 오빠 같은 친구였어요.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런 감정선 연기를 하지 하고 느꼈어요. 진구에 대한 칭찬은 너무 자자해서 얼마나 더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김)강우 선배님은 현장에서 하나하나 다 챙기실 만큼 섬세해요. 정말 배려심이 많았어요. 제가 눈물을 못 흘릴 때도 감정을 잡도록 도와주셨어요. 진구와 강우 선배님 덕분에 묻어갔죠.”

‘써클’은 해피엔딩을 그리며 시즌2를 암시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한정연은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보고, 김우진에게 “기억은 아닌데, 그때 감정이 느껴져. 뭐지?”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후 한정연의 눈에서 빛이 난 모습은 그녀가 외계인으로 그려질지,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었을지 알 수 없었다. 마지막 한정연의 모습을 통해 열린 결말을 선사해 앞으로 시즌2가 그려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들 정체를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정체는 외계인이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안 풀어진 이야기가 많아요. 휴먼비의 정체도 안 밝혀졌잖아요. 작가님이 안타까워 하셨어요.”

`써클`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1~2%대에서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실패작은 아니었다. 많은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서도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 예상하기 어려운 반전, 독특한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웰메이드 SF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 복잡한 이야기 전개 가운데 인간의 행복과 기억에 관한 메시지까지 담아내는 빈틈없는 작품이었다.

“다들 아쉽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우리끼리 잘 만들었어요. 이 드라마의 타깃은 명확하므로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자는 생각이었죠. 배우들은 작품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또 많은 분들의 호평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승연은 무사히 ‘써클’을 마쳤다. 데뷔 후 가장 큰 캐릭터를 맡았기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서로 응원해주는 좋은 동료들까지 얻었다. 애정이 많았던 만큼 종영 뒤 아쉬움이 큰 건 당연했다.

“‘써클’을 ‘공승연의 인생작’이라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인터뷰를 앞두고 대본을 봤는데, 드라마를 잘 끝냈다는 마음에 울컥했어요. 아직도 정연이를 못 보내고 있어요.”




사실 공승연은 2004년 초등학생 때 나간 가야금 대회에서 SM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눈에 띄어 캐스팅 됐다. 그는 2005년 SM 청소년베스트 선발대회에서 외모짱 1위로 선발되면서 2012년까지 SM 연습생으로 오랜기간 가수 데뷔를 준비했고, 그룹 에프엑스와 레드벨벳 멤버들과 함께 연습생 생활을 지냈다. 하지만 2012년 tvN ‘아이 러브 이태리’로 연기의 재미에 눈을 뜨면서 진로를 바꿨다.

“지금 가수에는 미련이 전혀 없어요. 제가 끼가 없어요. 노래, 춤을 극복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그러다 연기 레슨을 받았는데, 너무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죠. 지금은 연기를 하게 돼서 정말 행복해요. 가수는 ‘한 때 그런 꿈을 꿨었지’ 하는 정도예요.”

공승연은 지난 2012년 데뷔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tvN ‘아이 러브 이태리’에 나온 후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풍문으로 들었소’, ‘육룡이 나르샤’와 KBS2 ‘마스터 - 국수의 신’, tvN 드라마 `내성적인 보스`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이제 여유를 찾을 만도 한데, ‘써클’이 종영하자마자 KBS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 ‘너도 인간이니’는 혼수상태에 빠진 재벌 3세 아들 대신, 아들과 똑같이 생긴 인공지능 로봇을 내세우면서 벌어지는 대국민 인간사칭 사기극. 공승연은 전직 로드 FC 선수 출신의 경호원 강소봉 역을 맡는다. 겉으로는 쎈 척 쿨한 척 하지만, 매사 툴툴거리면서도 남신Ⅲ(서강준 분)의 곁을 지켜주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정말 쉼 없이 달려 왔네요. 쉴 때도 대본을 놓으면 불안해요. 하지만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얼마 전에 느꼈어요. ‘너도 인간이니’ 대본 리딩을 하면서 ‘소봉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아직 정연이더라고요. 그래서 죄송했어요. 제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도 이제는 역할에 빠져 들어가는 것 같은 내 자신이 뿌듯했어요. 머리를 자른 것도 정연이를 버리겠다는 의미도 있어요.”

가수 연습생 생활을 하다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연기자로 전향한 공승연. 그 시간은 그가 배우 생활을 하는데 자양분이 됐다. 실패를 맛봤기에 연기를 할 때 최선을 다하는 공승연은 배우로써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필모를 잘 쌓아가는 것이 목표예요. 후배들에게 부끄럼 없이 한마디 해줄 수 있는 그런 배우요. 지금은 비행기를 타면 직업란에 학생이라고 써요. 조만간 배우라고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기는 평생 가져가야 할 숙제죠. 잘하고 싶어요. 배우라면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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