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송강호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라디오 듣고 있었죠" [인터뷰]

입력 2017-08-0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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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얼굴`이라는 타이틀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청와대 출입 이발사부터 `변호사`의 인권변호사, `밀정`의 조선인 경찰, 이번엔 5월 광주로 가는 택시운전사까지 송강호의 필모그래피에는 격동하는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있다.
그가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다. 일부러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에만 출연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에 충실한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 이런 작품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덕분에 `빨갱이 배우` `좌파 배우`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들었지만 운명처럼 끌렸다고 한다. `변호인`과 마찬가지로 `택시운전사`의 시나리오를 받고 거절했다가 결국 하게 된 것도 이런 끌림 때문이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계엄 아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의 실상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와 서울을 오간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와 차별점은 광주 시민이 아닌 외부인의 시선에서 바라봤다는 것이다. 외부인이 본 그 날의 광주는 어땠을까? 송강호는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에 갔다가 통금 전에 돌아오면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길을 나서는 택시운전사 만섭을 연기하며 희로애락을 섬세하면서도 실감 나게 그렸다. 송강호 덕분에 이번에도 우리는 1980년 5월의 광주로 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택시운전사`를 고사했다고 들었습니다.
`변호인`을 고사한 이유와 비슷했어요. 이 영화가 싫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이야기 자체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컸어요. 원래 영화를 제안받을 때 시나리오를 오래 품고 있는 편은 아니예요. 대개는 시나리오를 받으면 두 시간 내에 읽고 한 시간 정도 고민한 뒤 출연 여부를 결정하죠. 그런데 `택시운전사`나 `변호인`은 좀 어려워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도 그렇고 `택시운전사`도 그렇고 결국은 하셨네요.
거절한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제작사도 나도 서로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내 경우엔 이야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거절했지만 어느샌가 이야기의 핵심과 여운이 점점 마음속에 커졌고 자리 잡았어요.
`효자동 이발사` `변호인` `밀정` `택시운전사` 등 근현대사의 아픔을 보여주는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정치적 소신 때문에 그런 작품을 해왔던 것은 아니고요. 그날의 일이 지금도 온전하게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잖아요. 지금이라도 참혹했던 그날의 진짜 이야기를 알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전 정권으로부터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시대의 비극을 다룬 소재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택시운전사`는 당시의 광주, 특히 금남로를 많이 다뤄요. 진짜는 영화보다 더 잔혹하고 잔인하죠. 차마 영상으로는 담을 수 없을 만큼요. 연기를 하기 전 그날의 이야기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남아있는 사진도 봤지만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사건이더라고요. 그런 자료를 보면서 이런 진짜 역사를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스스로는 어느 한 부분으로 편향해 연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하고 싶었던 이야기, 작품을 통해 몰랐던 사실, 알고는 있었지만 영화를 통해 또 다른 시각으로 역사와 인물을 볼 수 있는 작품에 매력을 많이 느껴요. 순수하게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할 때 매력적이고 예술적인 가치를 주는 작품이 제겐 늘 1순위죠. 그런데 제가 봐도 제 필모그래피를 보니 그런 작품이 많네요. 하하.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기억은 어떤가요?
중학교 2학년 때였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던 아침 라디오를 듣고 있었어요. 라디오 뉴스에서 `국군이 폭도를 진압했다`라는 소식이 들렸는데 그걸 듣고 `다행이다` 생각하며 학교에 간 기억이 나요. 이후 제대로 사건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대학을 다닐 때 실제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보도한 내용을 알음알음 보게 된 것부터 시작했죠. 그리고 학교가 아니라 연극을 할 때도 많이 접했어요. 왜곡된 보도와 통제로 진실을 몰랐던 `마음의 빚`이 있어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어요.
배우니까, 연기를 통해 그 빚을 갚고 싶었던 건가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식적이고 불의에 맞서려는 모습이 있잖아요. 수많은 정치적인 상황이 있었겠지만 그런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배우로서 작품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맞는 일인 것 같고요. 1980년대 광주의 비극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비극 속에서도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1980년 광주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길 바라고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나 김사복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정의를 지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저는 배우로서 제 할 일을 하는 거죠.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뭔가요?
광주 민주화운동이라고 하면 무거운 느낌이 들잖아요. 하지만 `택시운전사`는 무거운 영화라는 인상보다는 누구나 보고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거든요. 광주의 아픔을 이야기하지만 희망도 말하는 영화요. 그래서 그 부분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죠. 역사를 통해 어떤 사람들이 아픔을 극복했나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많은 작품들이 있는데 `택시운전사`의 차별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범과 피해자나 가해자 입장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광주 사람도, 군인도 아닌 객관적인 제3자의 눈에 비친 80년 광주라는 것이 새롭죠. 만들어진 시선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니까요.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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