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2학년 2반이던 혜경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꿈이었다. 막내라 애교도 많이 부렸지만 엄마의 잔주름을 없애주겠다던 속 깊은 아이였다. 그런 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유인애씨는 1년 반이 지나 혜경이가 태어났을 때 입혔던 배냇저고리를 꺼냈다. 아이의 체취를 맡으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쓰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유씨는 삼년상을 치르고 나서 애끊는 심정으로 쓴 시 64편을 모아 시집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굿플러스북)를 펴냈다. 그리움과 미안함, 간절함이 가득한 시편이다. 사진 속 딸의 웃는 눈에서 곧 눈물이 나올 듯하다. 교복을 보면 "여기 소매 수선해야 하는데…" 하던 목소리가 들린다.
"피맺힌 아이의 눈물/ 안간힘, 절규, 공포와 고통/ 학교란 곳은 생각이라도 해보았을까./ 감싸 안아주어야 할 학생을/ 내쳐버리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양심을 저버린 이기주의가 만연한 곳…." (`마지막 수업` 부분)
이산하 시인은 추천사에 "아이는 한 번 죽지만 엄마는 수백 번 죽는다"며 "유인애씨가 피눈물로 쓴 이 시집에서는 칼로 천천히 살점을 도려내고 천천히 뼈를 긁는 소리가 들린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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