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쭉정이에 과일 '우수수'...추석 때 뭘 먹나?

입력 2017-08-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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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내리는 비 떼문에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농민들의 한숨과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날씨는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더니 입추(이달 7일)를 넘기면서부터는 가을장마라도 시작된 듯 연일 비가 퍼붓고 있다.

햇볕을 받지 못한 벼는 낱알을 제대로 맺지 못하고, 수확을 코앞에 둔 과일과 고추 등은 알이 터지거나 낙과돼 못쓰게 됐다. 배추·무 모종도 습한 토양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려 김장 채소 파종까지 차질이 생기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밝힌 지난 15일 기준 전국 평균 벼의 전체 길이(최장)는 100.8㎝로 예년보다 7.6㎜ 길지만, 포기당 줄기(주당 경수)는 16.4개로 예년보다 0.1개 적다.

김제평야 등에는 벼의 줄기 사이 통풍이 안 돼 발생하는 잎집무늬마름병(문고병)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이상기후 속에 웃자란 `꺽다리 벼`는 낱알을 맺더라도 `쭉정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낱알이 영그는 과정에서 무게를 못 이겨 쓰러질 우려도 높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벼 작황을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삭이 올라오면서 열흘 이상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 풍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밭작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추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충분한 햇볕을 받지 못한 배와 감 등은 크기가 예년에 훨씬 못 미친다. 사과는 갈색 반점이 생기면서 썩는 탄저병이 빗물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추석 사과`라고 불리는 홍로 수확이 시작됐지만, 붉은빛이 제대로 돌지 않고 당도도 떨어져 좀처럼 제맛이 나지 않는다.

김정열 충북 영동 배 연구회장은 "과일은 일교차가 커지면서 살이 붙기 시작하는 데, 올해는 폭염에 이어 곧바로 비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맘때 야구공만큼 자랐어야 할 신고배는 덜 자랐고, 추석 차례상에 오를 원앙배는 단맛이 돌지 않는 등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경북 영천·청도·경산 등지의 복숭아는 최근 폭격이라도 맞은 듯이 우수수 떨어졌다. 잔뜩 빗물을 머금은 복숭아 꼭지가 무르거나 썩어 나무에 매달려 있지 못한 것이다. 땅에 떨어진 복숭아 주변에는 벌레까지 들끓어 성한 복숭아마저 병충해에 노출돼 있다.

강원도의 고랭지 배추밭에는 다 자란 배추가 곯아 썩어가는 상황이다.

물을 잔뜩 머금은 땅에서 배추 잎이 누렇게 녹아내리고, 속이 제대로 차오르지 않아 폐기하는 물량도 부지기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박미성 팀장은 "올해 추석이 평년보다 늦어 아직은 다소 여유가 있지만, 궂은 날씨가 이어지거나 태풍 등 기상 변수가 생길 경우 과일 등 제수품 가격이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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