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부의 노동시장 개편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을 상스러운 표현을 써가며 비난한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돼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으로는 매우 적절치 않다는 지적과 함께 임금근로자와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원색적 공격을 중단하라는 비판이 야권에서 빗발치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마크롱은 지난 4일(현지시간) 누벨아키텐 지역의 한 직업학교를 방문해 지방정부 대표와 대화하던 중 지역 제련소가 사람을 채용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그들은 야단법석을 피우기보다 거기 가서 일자리를 찾아보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추진과 관련해 마크롱에게 항의하려고 몰려온 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 소속 조합원들과 자동차부품기업에서 정리해고된 근로자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마크롱은 `야단법석을 피우다` 정도로 해석되는 `foutre le bordel`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는데, 이는 성적인 의미가 담긴 저속한 표현으로 공개석상이나 예의를 갖춘 자리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다.
불어로 `foutre` 속어로 `성교하다`는 뜻이 있으며 `bordel`은 `사창가`를 뜻한다.
마크롱의 이런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보도되자 야당들은 일제히 부적절하고 서민과 노동자들을 경멸한 표현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크리스티앙 자콥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프랑스앵포 방송에 출연해 "마크롱은 최소한의 반대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만한 대통령"이라면서 "응석받이 짓을 그만두라"고 일갈했다.
베르나르 아쿠아예 공화당 사무총장도 의회방송에 출연해 "그는 모두의 대통령이다. 모든 사람, 특히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이 첫 번째 책무"라고 말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하원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마크롱이 전에 표현한 대로) 무식하고 게으르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에 대한 경멸"이라고 맹비난했다.
포르 원내대표의 비판은 마크롱이 전에도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노동계를 비난하며 쓴 표현을 그대로 가져와 비꼰 것이다.
마크롱은 지난달 노동법 개정 반대 총파업을 앞두고 그리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프랑스 노동계를 향해 "극단주의자나 냉소주의자 게으름뱅이들에게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말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번 발언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자 프랑스 대통령실과 정부 대변인은 마크롱 방어에 그야말로 진땀을 흘렸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정부 대변인은 BFM TV에 출연 "(문제가 된 표현은) 일상적으로 모두가 쓰는 말"이라면서 "대통령의 해당 지역 방문을 방해한 노동 총동맹(CGE)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제 궁의 브뤼노 로제프티 대변인도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앞뒤 맥락을 자르고 인용된 것"이라며 "대통령은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지 몰랐고, 일부 표현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왔다"고 해명했다.
엘리제 궁은 대통령이 발언의 본질적인 내용에 대해선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르누벨 옵스 등 프랑스 언론들은 문제의 표현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왔다는 대변인실의 해명에 대해 "대통령이 당시 온통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면서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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