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뒤편으로 밀려 사라진 비운의 사우디 왕세자들

입력 2017-11-08 19:10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트위터에서 슬픈 표정의 한 사우디 남성이 고개를 숙이고 땅을 쳐다보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전파됐다.

카메라에 잡힌 남성은 사우디 왕가의 고위 인사인 무크린 빈 압둘아지즈 왕자였다.

사진은 친아들 만수르 빈무크린 왕자의 장례식에 참석한 무크린 왕자의 침통한 심정을 대변했다.

만수르 왕자는 5일 사우디 남부에서 뜻밖의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숨졌다. 공교롭게 바로 전날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반대파 숙청에 나선 터라 단순 사고가 아니라는 음모론도 고개를 들었다.

자식을 땅에 묻어야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그의 처지를 동정하고 권력의 무상함을 되새기는 글이 이어졌다.


무크린 왕자는 단순한 왕족이 아니었다. 2년 여 전만 해도 사우디의 왕위 계승서열 1위인 왕세제였다.

압둘라 전 국왕(2015년 1월 사망)은 2014년 3월 그를 제2왕위계승자(부왕세제)로 발탁해 책봉한 것이 오히려 비극의 시작이었다.

사우디 왕가의 주류인 `수다이리 세븐` 출신이 아닌 압둘라 국왕은 이복형제 중에 그나마 나이(1945년생)가 적은 무크린 왕자를 부왕세제로 올림으로써 수다이리 세븐과 세력 균형을 맞추려 했다.

사우디 왕실은 그를 부왕세제로 지명하면서 "압둘라 국왕과 살만 왕세제(당시 제1왕위계승자)의 자리가 비게 된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크린 왕자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사우디 왕가에서 제2왕위계승자를 별도로 지명한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의 보호막이던 압둘라 국왕이 서거하자 비정한 권력의 칼은 그를 가만 놔주지 않았다.

압둘라 국왕에 이어 2015년 1월 즉위한 살만 국왕은 일단 서열대로 그를 제1왕위계승자(왕세제)로 올렸다가 석 달 만에 자리를 박탈한다.

뚜렷한 이유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그가 리야드의 한 경기장을 건설하는 데 뒷돈을 챙겼다는 풍문과 어머니가 예멘 출신인 무크린 왕자가 살만 국왕의 예멘 내전 개입을 반대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의 뒤를 이어 2015년 4월 제1왕위계승자(왕세자)가 된 모하마드 빈나예프 왕자도 순탄하지 못했다.

모하마드 빈나예프 왕자도 `수다이리 세븐`의 혈통이었지만 살만 국왕은 친아들인 모하마드 빈살만 왕자를 제2왕위계승자(부왕세자)로 책봉하고 사실상 전권을 넘겼다.

26세나 어린 `실세` 사촌동생에 가려 별다른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다 올해 6월 왕세자에서 물러났다.

살만 국왕의 폐위 요구에 모하마드 빈나예프 왕자가 격렬히 저항했지만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메카의 왕궁에 감금돼 협박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의 아버지 나예프 빈압둘아지즈 왕자도 2011년 왕세제로 책봉돼 왕위 즉위에 근접했으나 압둘라 국왕이 90세까지 장수하면서 2012년 먼저 77세로 병사했다.

`용`이 되지 못한 비운의 사우디 왕세제(또는 왕세자)의 역사는 50여 년 전에도 있었다.

1964년 사우드 국왕이 서거하면서 왕세제가 된 모하마드 빈압둘아지즈 왕자는 왕위에 오르기도 전부터 부와 권력을 쥐었다. 그러나 새로 왕이 된 파이잘 국왕은 전임 사우드 국왕 세력과 밀착된 그를 이듬해인 1965년 왕세제에서 끌어내렸다.

그는 이후 1977년 19세 딸이 간통 혐의를 받아 왕명(칼리드 국왕)으로 공개 처형당하는 비극을 당했다.

이번에 부패 혐의로 체포된 파흐드 빈압둘라 왕자(전 국방차관)는 그의 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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