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입소자 간 성추행 사건으로 폐쇄 명령이 내려진 대전의 한 노인요양시설.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에 따라 이날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긴 한 할머니(87)의 딸 A씨는 걱정이 태산 같다. 어머니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A씨는 "어머니가 무척 불안하며 식사도 제대로 못 한다"며 "하루빨리 적응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이 요양시설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평온해 보였다. 폐쇄를 앞둔 탓에 이곳을 찾는 외부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굳게 잠긴 정문 너머 창문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는 요양시설 직원들의 모습이 간혹 보일 뿐이었다.
이 요양원에서 생활해온 어르신들은 이날까지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모두 41명의 어르신 가운데 전날까지 절반 정도가 나갔고, 나머지 절반은 오늘 주변 시설로 모두 이주했다.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운 20여명의 어르신들이 움직이는 데 필요한 준비는 모두 직원들 몫이다.
한 직원은 "몸을 가누기 어려운 어르신 20여명을 옮겨야 해 일손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라며 전했다.
급하게 새로운 시설을 찾느라 보호자들 역시 진땀을 흘려야 했다.
전날 거처를 옮긴 한 할머니 보호자 B씨는 "새로 들어갈 요양원을 찾는 데 일주일이나 걸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생활하던 곳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기자 어머니는 3일 동안 울었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입소자 두 분끼리 생긴 일인데, 모든 사람을 이사하라고 명령하는 건 잘못된 판단 같다"고 관할 구청의 폐쇄 명령에 반감을 표시했다.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재단 측의 늑장 대응이 화를 키웠다고 지적도 나왔다.
B씨는 "지난달 19일 관할 구청이 요양기관 지정 취소를 결정했는데, 대책을 마련해야 할 재단 관계자들이 해외여행을 갔다는 얘길 직원들에게 들었다"며 "보호자들이 준비할 시간은 물론 폐쇄 명령을 막거나 대비할 시간을 낭비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해당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지난 9월 한 방에서 생활해온 입소자 간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몸에 멍이 든 것을 보호자가 발견해 신고하면서 성추행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자들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자 부담을 느낀 요양시설 관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관할 구청은 문제가 된 노인요양시설에 대해 장기요양기관 지정을 취소하고 지난달 30일 폐쇄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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