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피부가 좋습니다. 시작부터 왠 도발이냐고 하겠지만, 관리를 안 해도 피부에 별 이상이 없다보니 그만큼 피부와 피부 관리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화장할 일도 없다보니 화장품도 잘 모릅니다. 가끔 여자친구를 따라 로드샵에 들어가도, 시선둘 곳을 찾지 못해 매장 안을 빙빙 돌곤 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가 강남대로에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을 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문장이 기자에게 얼마나 `외계어`로 들렸는지 느껴지시는지요. 평생 갈 일이 없을 것 같았던 `편집숍`이 무엇을 파는 곳인지, `플래그십 스토어`와 편집숍이 어찌 다른지 등을 따로 자리를 잡고 공부해야 했습니다. 보충학습을 받는 학생의 심정과 비슷하달까요.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22일 오전 10시,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섰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코르는 `코덕` (`화장품`(Cosmetic)과 `덕후`의 합성어) 들만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시코르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총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1층의 인상은 여자친구를 따라 들어갔던 로드샵과 흡사했습니다. 화려한 조명과 분홍색 위주의 색채, 직접 바르고 칠할 수 있도록 세팅된 제품들. 기자에겐 아직 어색한 공간이이었습니다. 특징이 있다면 매장 한 가운데에 배치된 큰 화장대였습니다. 시코르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작은 사이즈의 화장품도 눈에 띄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는 주 고객층인 1030 세대의 소비를 고려한 제품이라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 지하로 향했습니다. 기자에게 시코르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바로 이곳 지하 1층을 택하겠습니다. 시코르가 코덕들만의 공간이 아니었음을, 여자친구와 함께 와도 기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을 지하 1층에 내려오고 난 뒤에 느꼈기 때문이죠.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다름아닌 이 아동용품이었습니다. 또 다른 `덕후`인 키덜트 층을 자극할만한 제품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영화 `어벤져스` 속 주인공들과 캐릭터 미니언즈의 피규어로 만든 핸드워시, 샴푸통 등이 있었습니다.
지하 1층엔 화장대만 5곳이 있었습니다. 남성용품 코너에도 커다란 화장대가 있어 화장품을 자유롭게 사용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촬영하거나 SNS에 올릴 수 있는 키오스크도 코너마다 배치되어 있어 틈틈이 사진을 찍고 노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안쪽으로 눈을 돌리자 하얀색 의사복을 입은 이들이 보였습니다. 스타일링바에서 고객의 스킨과 헤어, 두피를 상담하고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주는 전문가들이었습니다. 각 2명씩 총 6명의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는 이 곳은 다른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볼 수 없었던 시코르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보였습니다.
두 층을 한 번에 올라가 2층에 도착했습니다. 2층은 `럭셔리 제품과 K뷰티 루키의 합작`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내 직원은 2층이 딥디크와 아닉구딸, 에르메스 등 백화점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고급 제품(향수 포함)과 신세계가 엄선해 입점시킨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동시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층의 특징은, 바로 이 럭셔리 제품들과 K뷰티 루키들을 시용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층의 두 제품군은 `평소에 사용해보기 힘들다`는 공통의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고급 제품은 비싸서, 루키 제품들은 온라인으로만 볼수 있어서죠. 고객들은 이곳에서 두 제품군에 느끼던 결핍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놀기 좋은 곳. 시코르를 다 둘러본 뒤 느낀 소감입니다. 화장품을 자유롭게 시용한 뒤 키오스크로 사진을 찍고, 전문가와 상담해 샴푸를 고르고, 럭셔리 브랜드와 반응이 좋은 국내 뷰티 브랜드를 한 번에 둘러보는 코스를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 살 게 많아 `스튜핏`한 낭패에 빠지지만 않도록 주의하면 말이죠.
시코르의 이름을 따왔다는 `Chic or Nothing`이란 문구는 적어도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에 맞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Chic and Anything`, 시크함도 있지만 다른 놀거리도 많은 친절한 장소였습니다. 전국 시코르 매장의 매출은 목표의 20%를 초과달성 중이라고 합니다. 오픈 당일이었던 이 날도 사람들이 몰려 좁은 통로를 비집고 다녀야 했습니다. 저와 같은 `화알못` 남성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스타필드를 놀이동산으로 만들고 별마당도서관이 명소가 된 것처럼.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신세계의 DNA가 로션도 귀찮아는 기자까지 코덕들의 놀이터 `시코르`를 재밌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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