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의 세종병원에서 37명이 숨지는 화재참사가 난 26일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대형화재를 막으려면 스프링클러·방화문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또 근본적으로는 소방안전 종사자들이 책임의식을 가지는 것은 물론 국민도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이번 사태나 지난달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같은 대형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화재는 급격하게 확산하기 때문에 고정된 소화설비가 없다면 사람의 힘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제대로 설치하고 적정한 사용상태가 잘 유지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참사 건물의 소방 관리를 맡은 건물주 아들은 스프링클러가 고장 나 작동하지 않으면 수리하지 않고 밸브를 잠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번 밀양참사의 세종병원 건물은 오래전 지어졌고, 면적도 작아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전성균 동원과학기술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세종병원은 소방법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라면서 "영세시설에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는 허점이 큰 재해로 발전할 수 있다. 노약자가 많은 시설이나 병원 등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규 한국소방안전협회 부산지부장은 "병원의 경우 침상을 끌고 빨리 이동을 해야 하다 보니까 방화구획이 미비하게 돼 있는 경우가 있는데, (세종병원도) 이런 문제로 피해가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종병원 이사장은 정기 소방점검 등 소방 관련 절차를 모두 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설 업체에 의해 이뤄지는 소방점검은 화재 예방에 도움이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관리과 교수는 "이사장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해도 소방점검은 기존에 설치된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만 확인할 뿐 실질적으로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지는 사실상 점검하지 않는다"라면서 "건물 구조가 적정한지, 방화문 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 등은 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건물주가 점검업체를 선정하도록 돼 있는 구조상 점검업체들은 문제가 있어도 제대로 지적을 안 하게 된다"면서 "점검 잘하는 업체가 오히려 무능력한 업체로 평가받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도 "소방 종사자들이 안전 관리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면서 "종사자들도 화재 예방에 진정 관심을 가지고 업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무엇보다 안전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높여야 한다"면서 "어떤 재난이 발생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조기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법규도 규제 차원에서만 만들 게 아니라 안전의식이 선진화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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