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메이커스] “장난감 속이 보여요“...늦깎이 조각가의 은밀한 취미

유오성 기자

입력 2018-05-11 11:24   수정 2018-05-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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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이 디자이너 제이슨 프리니

    갈비뼈와 내장이 훤히 드러난 아나토미 토이(해부 장난감).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의 배를 가르고 살가죽을 벗겨내며 전 세계 장난감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가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랫동안 동경한 조각가의 꿈을 이뤄낸 해부 토이 디자이너 제이슨 프리니를 아트토이 페스티벌 현장에서 만났다.



    ▲ 투잡 뛰던 건축가, 해부를 시작하다

    예술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에게 예술가는 어릴 적부터 간직해 온 오랜 꿈이었다. 재료를 가공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조각가를 꿈꿨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건축가가 되길 바랐다. 두 모자가 찾은 절충점이 인테리어 기술자였고, 그는 할리우드에서 무대를 꾸미는 일을 했다.

    "일을 하면서 저는 건축가들이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직업으로 선택했지만 생각과 달리 제약이 많아 흥미를 잃어버렸죠."

    조각과 건축.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는 영역이지만 프리니가 느끼는 간극은 컸다. 스스로 만들고 싶은 모양을 정해 만드는 조각과 달리 건축은 누군가가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주는 일이었기에 그랬을 테다. 이후 자리를 옮겨 MTV, ESPN 등에서 무대장치와 트로피 제작자로 일했지만 직업적 만족감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일을 하긴 했지만 흥미롭진 않았어요. 대신 퇴근 하고 집에 들어오면 항상 그림을 그렸죠. 벌레 같은 걸 그리고 만들었는데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해부 장난감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건 ‘투잡(two job)’으로 일하던 그림 작업에서다.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인 ‘벌룬독’을 살아있는 동물처럼 여기는 이야기였는데 문득 정말로 살아있다면 이런 몸 속 구조를 가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해부도를 블로그에 올리자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고, 이를 본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벌룬독에 대한 반응을 보곤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해부학이라는 컨셉을 잡고 일을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 역주행 뒤 숨은 ‘서른여덟’의 내공

    프리니가 토이 디자인을 시작한 나이는 서른여덟이다. 무언 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다. 아무도 해부 장난감이 성공할 거란 장담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토이 디자이너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저의 작업방식은 산업디자인에서 실제로 쓰이는 기술이에요. 저는 이걸 예술분야에 적용해 활용하고 있는 거죠. 지금까지 다양한 일을 하며 쌓아 온 경력이 기술로 녹아든 셈이에요.”

    토이 디자이너로 데뷔 뒤의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저작권 법 등 작업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홍콩의 해부 모형물 회사와 협업해 여러 캐릭터를 개발했다. 보다 대중적인 캐릭터 해부 작업을 위해 아트토이 전문 브랜드 마이티 잭스와 손을 잡기도 했다. 그런 그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은 건 그로부터 7년이 지난 다음이다. 2014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토이 어워즈에서 수상하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덕분에 대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가로 성장하면서 이전에 작업했던 작품들도 ‘역주행’하는 영광을 맛봤다.

    “반은 장난감인데 반은 그 속을 보여주는 아이러니가 재밌어요. 해부학적으로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보단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역설이 주는 재미가 돋보이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작업을 했는데 좋아해 주신 거죠.”

    ▲ 쏟아지는 캐릭터, 행복한 프리니

    프리니는 다양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재해석한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있으면 커다란 모형을 직접 사 반으로 쪼개본다. 그리고 그 과정을 세심하게 기록한다. 조형 작업이 시작되면 순식간에 작업을 끝낸다. 점토가 굳기까지 40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머리와 척추 등 뼈대를 제작하고 그 안에 내부 장기를 넣는다. 해부 토이 제작을 위한 나름의 성공 방정식을 만든셈이다.

    “예술가가 되는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죠.”

    장난감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보니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이제는 해부 토이 전문가로 정체성이 굳어졌다. 뼈를 만들고 장기를 채워 넣는 반복되는 과정이 지겨울 법도 하지만 그는 요즘처럼 즐거운 시절이 없다고 말한다. 동물이나 로봇처럼 캐릭터가 다양한 모습으로 쏟아져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장난감은 저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것들이에요. 새로운 캐릭터가 계속해서 나오는 한 제 작업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THE메이커스'는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창작자, 장인 등 메이커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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