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츠(Suits)’ 박형식의 감정을 따라간 60분이었다.
변호사에게 감정은 필요할까. 필요 없을까.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변호사에게 감정은 마이너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호사에게도 감정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KBS2 수목드라마 ‘슈츠(Suits)’ 속 고연우는 감정적이라 사람냄새 나는 변호사다. 비록 가짜지만.
지난 23일 방송된 ‘슈츠(Suits)’ 9회에서 고연우는 뺑소니 사건과 마주했다. 부잣집 철부지 20살 아들 박준규(장유상 분)가 생일 파티를 하고 돌아오던 중 차로 사람을 친 것. 이 사건을 맡은 고연우는 감정적으로 흔들렸다. 고연우는 어린 시절 뺑소니 사고로 부모님을 잃었다. 그런 고연우에게 이 사건은 결코 이성적일 수 없는,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부모님이 떠오르는 것이 당연한 상황. 고연우는 감정적으로 흔들렸지만 최선을 다해 이성적으로 접근, 사건을 해결해나갔다. 하지만 목숨에 지장이 없을 거라던 피해자가 사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고연우는 천재적인 관찰력을 발휘해 새로운 정황을 발견했지만,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과 합의가 남은 것. 이것까지 마쳐야 고연우가 뺑소니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고연우의 감정적인 면모가 돋보인 회차였다. 동시에 고연우라는 캐릭터가 지닌 가장 특별한 장점이 돋보인 60분이기도 했다. 고연우를 표현하는 두 가지 특징은 천재적 기억력, 공감능력이다. 공감능력은 ‘감정’과 직결된다. 이성 못지 않게 감정적인 부분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차갑고 냉철한 이성의 세계 ‘로펌’에서 고연우의 이 같은 감정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날 고연우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두려워하는 뺑소니 피의자 박준규를 보며, 장례식장에서 뺑소니 사고로 인해 죽은 피해자 가족들을 보며 감정적으로 흔들렸다.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고연우 입장에서 너무도 당연한 흔들림이기에, 그 흔들림을 스스로 알고 최선을 다해 이성적으로 사건에 접근하려 했기에 시청자는 극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박형식은 캐릭터에 감정을 불어넣어 고연우의 흔들림을 표현했다. 배우 입장에서 겉으로 특징이 드러나는 단편적 캐릭터 표현은 비교적 용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머리와 마음으로 느껴지는 특징을 표현하기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능력과 감정이라는 무형의 요소를 담아내야 하는 고연우 캐릭터는 매력적인 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박형식은 섬세하고도 감각적인 연기, 표현력을 통해 자신만의 고연우를 완성하고 있다.
흔들린다는 것이 다른 변호사들과 달리 고연우에게는 특별한 장점이다. 이 감정적인 것을 통해 변호사로서 흔들리지 않는 성장을 보여주는 것 또한 고연우의 장점이다. 이런 고연우가 있기에 로펌 ‘강&함’에서는 특별한 사람냄새가 난다. 그리고 그 고연우를 연기하는 배우가 박형식이라서 시청자는 더 강하게 드라마 ‘슈츠(Suits)’에 몰입할 수 있다. 안방극장이 박형식의 고연우를 응원하며 기다리는 이유다.
한편 KBS2 수목드라마 ‘슈츠(Suits)’ 10회는 24일 밤 10시 방송된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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