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터키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터키와 깊이 교류해온 유럽연합(EU) 내 은행들은 직접적인 위기에 노출돼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 은행의 터키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조 달러(약 1천13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페인의 BBVA,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 SpA, 프랑스의 BNP 파리바 SA가 가장리스크가 큰 은행으로 거론된다.
BBVA는 터키 가란티 은행의 지분 49.9%를 보유하며 올해 1분기 순이익의 14%를 현지 지사에서 올렸다.
유니크레디트는 터키의 야피 크레디 은행의 지분 41%를 갖고 있으며, BNP는 터키에서 TEB라는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루시 맥도널드는 "터키 위기에 노출된 은행들을 효과적으로 저평가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지만 기업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일본 도요타는 1994년부터 터키에서 공장을 운영해 연간 28만대에 가까운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자동차 10대 가운데 9대는 유럽에 수출하는 까닭에 유로화를 결제수단으로 쓰면서 터키 외환위기의 불똥을 자연스럽게 피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작년에 터키에 자동차 15만8천대를 인도했으나 전체 생산량이 110만여대인 만큼 위험도가 크지는 않다.
폴크스바겐은 터키 앙카라 근처에서 MAN, 네오플랜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되는 트럭과 버스도 만들고 있다.
다임러 메르세데스 벤츠는 30년 전부터 터키에서 트럭을 만들어 주로 현지 시장에 판매해왔다.
올해 1억1천300만 유로(약 1천275원)를 투자해 아크사라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2배로 늘렸다. 이스탄불 외곽에서 버스도 만드는데 이는 대다수 수출한다.
일본 최대의 원전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경우 이번 터키 경제위기 때문에 터키 북부에 건설 예정인 시노프 발전소 수주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아레바 SA 프랑스는 해당 발전소를 짓기로 220억 달러(약 약 24조8천억원)에 합의한 바 있다.
프랑스의 공항 운영사인 아에르포르드파리SA는 현지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수년간 막대한 투자를 해오다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터키 이즈미르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독일 패션업체 휴고 보스는 웃음을 짓고 있다. 이 공장에서 정장, 재킷, 셔츠, 여성 맞춤복 등을 만들어 수출하는데 리라 가치 하락으로 유로 기준 생산원가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를 소유한 인디텍스 SA도 터키에서 상품의 15%를 생산하고 있어 비슷한 호재를 만난 것으로 관측된다.
독일 항공사인 도이체 루프트한자는 선익스프레스로 불리는 터키 항공사와 합작벤처를 하고 있는데, 리라 약세와 함께 몰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호재를 만났다.
터키 관광은 잇따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쿠데타 시도 때문에 시들하다가 리라의 가치 폭락으로 외화 구매력이 세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통신업체인 보다폰도 터키에서 연 매출의 6% 정도를 올리는 만큼 시름이 크다. 터키 최대의 통신사인 투르크셀의 최대 주주인 스웨덴 텔리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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