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겼으니 성폭행 아냐"…伊판결에 법원 앞 항의시위

입력 2019-03-1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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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지난 2017년 피해 여성이 `너무 남성적으로 생겼다`는 이유로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지 않은 어이없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 알려지며 법원을 성토하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항소법원에서 내려졌던 문제의 판결은 최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며 2년만에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이런 말도 안되는 판결에 분노한 200여명의 시민들은 항소법원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발단은 지난 2015년 이탈리아에서 두 남성이 당시 22세던 페루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이듬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이탈리아 중부 안코나 항소법원에서 이들이 무혐의로 석방된 것이다.
이탈리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은 무혐의 석방 이유였다.
세 명의 여성 판사로 이뤄진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여성의 외모가 `남성처럼` 보여서 `매력이 없기 때문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는 내용을 판결문에 담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이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가운데 한명은 휴대전화에 이 여성의 이름을 `바이킹(Viking)`이라고 표기한 점도 무혐의라는 결정을 한 이유라고 밝혔다.
피해 여성의 변호인인 신치아 모리나로는 "이 부분이 판결문에 포함된 것을 보고 대법원에 상고했다"며 "읽기 역겨운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모리나로는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내리는 다양한 이유를 적었지만, 피고인들이 피해 여성의 외모가 `추해서` 여성을 좋아하지도 않았다고 말한 내용도 포함됐다"며 "재판부가 `이 여성의 사진이 이 주장을 반영한다`라고도 썼다"고 덧붙였다.
그는 피해 여성은 저녁 수업을 마치고 남성들과 함께 바에 갔다가 약을 탄 음료를 먹은 뒤 성폭행을 당했다며, 실제로 여성의 혈액에서는 수면·진정제로 쓰이는 벤조다이아제핀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피해 여성은 남성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안코나에서 왕따당하다 페루로 돌아갔다고 모리나로는 전했다.
항소법원 앞에서 열린 항의 시위를 조직한 여성단체 대변인 루이자 리치텔리는 남성들을 석방한 판결은 "중세에나 볼 법한 것"이라며 "이런 판결이 세 명의 여성 판사로부터 나왔다는 점은 문화적 메시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판결은 창피하지만, 이 시위에 200명 정도나 모인 것은 이탈리아의 기적"이라며 "다행히도 이런 사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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