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의 마켓 투자 키워드] 전세계 선박에 환경규제…美 석유회사 반기는 이유

입력 2019-03-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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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성 / 앵커>

    유엔 산하의 국제해사기구 IMO가 내년부터 적용하는 선박들의 배기가스 오염 저감 규제에 대해 미국 대형 석유회사들이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그들이 지지하는 트럼프는 규제를 반대했었는데요. 어떤 배경일까요?

    <김학주 / 한동대 교수>

    IMO가 적용할 규제는 2020년 1월 1일부터 선박 연료 가운데 황산화물 함량을 현행 3.5%에서 0.5%로 낮추라는 것입니다. 이 경우 선박의 연료비가 급등하지만 머스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해운업계는 중국을 비롯한 후발 해운업체들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황산화물이 낮은 연료를 생산하는데 경쟁력이 있는 미국 정유사 입장에서는 고부가 사업 기회가 될 수 있죠. 이미 지난 10년간 100조원 이상 투자했습니다.

    IMO의 규제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황산화물 함유량이 낮은 연료를 쓰는 것인데요, 이는 선박의 연료 공급 구조를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될 것입니다. 그러나 원유 정제 과정에서 황을 걸러내는 작업이 추가되기 때문에 현재 벙커C유 대비 4배로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한편 벙커C유를 그대로 쓰되 미세먼지 여과 필터(scrubber)를 장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장착하려면 무려 2년이란 기간이 소요되고 비용도 1,400만 달러나 됩니다. VLCC가격이 1억 달러니까 흔하게 사용되지는 않을 대안이라고 봐야 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날수록 선박의 연료는 LNG로 바뀌어 갈 것입니다. LNG를 당장 연료로 쓰려면 항만마다 LNG저장 인프라를 갖춰야 하고, 기존 선박의 연료공급 구조도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대기오염 규제가 강화될수록 저유황 연료의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반면 LNG인프라가 구축된 뒤에는 LNG가격이 하락합니다. 또 LNG인프라는 정부가 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고요.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미국 정유사와 LNG 저장 시스템 솔루션을 갖고 있는 업체(GTT) 수혜, 이 후 LNG선을 만드는 조선업체들이 수혜가 예상됩니다.

    <정윤성 / 앵커>

    다른 이슈도 살펴볼까요. MSCI는 신흥국 지수에서 중국 비중을 예상보다 빨리 높일 계획입니다. 한국 증시는 벌써 그 충격을 받는 모습인데요. MSCI가 중국 비중 확대를 서두는 이유가 뭘까요?

    <김학주 / 한동대 교수>

    MSCI는 지난 수년간 중국 증시의 규제들, 특히 증시 불안시 거래 중단과 같은 이유, 또한 중국기업들의 기업지배구조 문제 등을 이유로 지수 편입을 보류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MSCI가 중국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미국과의 무역갈등,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에 쌓여있는 문제들이 완화될 것이고, 이로 인해 중국기업들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 이른바 디스카운트가 크게 해소될 수 있다는 걸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MSCI 처럼 패시브 펀드가 사용하는 인덱스 지수의 경우에는 포트폴리오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국가간 상관관계가 낮은 조합을 찾는데, 지금처럼 글로벌 경제가 정부 정책에 의해 동조화된 상황에서 MSCI는 중국 모멘텀을 본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글로벌 패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점, 빅데이터, 맞춤형 헬스케어 등 신경제의 경우 규모가 있는 시장을 가진 중국이 월등히 유리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다른 디스카운트 요인은 개인 투자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증시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었는데, 요즘엔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해외펀드 투자한도가 배로 늘어나는 등 외국인 비중이 늘어 증시 안정과 함께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5월부터 8월, 11월까지 차례로 MSCI의 신흥국 지수(MSCI EM index) 편입 비중이 조정되면 한국증시는 중국, 사우디에 점유율을 뺏겨 외국인 순매도가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10년 코스피의 경우 외국인 순매도가 10조원을 넘은 적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규모면에서 지켜볼 부분입니다.

    <정윤성 / 앵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물론 두드러지게 진행되는 건 아니지만 추세적으로 원화 약세가 강해질까 걱정도 됩니다.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김학주 / 한동대 교수>

    원화약세의 배경을 우선 달러강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고점을 지나 하드 랜딩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투자 자금이 미국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진짜 문제는 달러의 주요 통화 대비 강세보다 원화의 약세가 더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 즉 달러가 아니라 한국 고유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먼저 달러 박스였던 반도체, 화학 제품(PE) 가격 하락이 우려됩니다. 한국의 수출산업 경쟁력이 흔들리는 점도 걱정이고요. 과거 원화가 약세로 가면 수출경쟁력이 생겨 달러를 많이 벌어 와 환율이 진정됐는데 그런 기능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최근 북-미간 비핵화 대화 중단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해 볼 수 있지만 한국의 신용부도위험(CDS 프리미엄)은 별 변동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에 대해 고민하는 투자자들.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것 같았으면 처음부터 개발하지 않았을 테지만 김정은은 이미 핵의 단맛도 본게 아닌가요. 미국 대통령을 몇 번이나 불러 낼 수 있고, 중국도 지렛대로 쓸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한국과 중국에 핵 폐기 비용을 요구하는 모습이고요. 한국과 북한 양츠이 윈윈할 수 있는 남북경협이 되면 좋겠지만 자칫 독일처럼 통일비용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한국 경제의 문제라고 한다면 외국인들 중 일부는 정부의 초과세수를 지적합니다. 이는 시장의 기능을 무시한다는 의미입니다. 또 현 정부가 세금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지적, 가령 최저임금 부작용, 광주형 일자리 등으로 재정 부실화 우려도 있습니다.

    그 외에 한국 개별적인 문제로 인해 원화의 추세적인 약세 가능성도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불안으로 인한 달러 강세에 관심을 갖고(달러를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달러 선물). 점차 위안화 자산으로 이동할 겁니다.

    <정윤성 / 앵커>

    중국 얘기를 해볼까요. 중국 정부가 인구 정책을 바꿨습니다. 2015년 한 자녀 정책을 포기해 했는데, 그 이후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김학주 / 한동대 교수>

    출산율이 떨어지는 직접적인 이유는 양육 비용 때문입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에는 부동산 등 자산가격 증가 소득이 있기 때문에 엄마가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지만 성장이 둔화되면 맞벌이를 해야 하므로 양육비용이 급증합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 향후 출산율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 인구 노령화까지 더해져 경제활동인구가 위축되는 추세입니다. 그 결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인구구조 요인 때문에 매년 0.5%씩 떨어져 연 3%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세계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인구구조 문제는 장기 세계경제 성장에 직접적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는 중국이 일본을 닮아간다는 이야기인데 일본의 형편은 어떤지 살펴본다며.. 최근 일본은 콜라, 라면 등 생필품 가격을 올렸습니다. 노동력이 부족해서 인건비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4%에 그침. 그 이유는 가격에 예민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 슈퍼마켓에서 할인이 불가피한 것입니다. 결국 표기된 가격만 오르고 여러 비용 부담만 늘어 기업의 채산성이 하락하게 됩니다.

    결국 중국의 인구가 노령화되는 과정에서 세계 기업들의 수익성은 부정적입니다. 특히 제조업은 협상력을 잃게 될 것이고, 노인 관련 서비스 수요도 확대됩니다. 의료, 바이오등이죠. 한편 경제활동인구 감소를 극복할만한 생산성 개선이 시급해집니다. 로보틱스, 인공지능 상용화가 중국 덕분에 급물살을 탈 것입니다. 일본은 아직 큰 시장을 만들지 못했지만 향후 5G인프라의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경제TV  유통산업부  김홍우  PD

     kimhw@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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