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5일 대피소에서 연이틀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간 이재민들의 얼굴은 근심·걱정으로 미소를 잃었고,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애써 덤덤한 표정으로 두 번째 밤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날 저녁 고성 천진초등학교에는 사각형 구호 텐트 약 50개가 빽빽하게 들어찼다.
대피소 바깥에는 기독교 봉사단과 통신사 등 단체들이 이재민들에게 컵라면, 생수, 온수, 간식 등 물품을 지원하는 부스도 차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집이 잿더미가 돼 오늘 밤 마땅히 묵을 곳을 찾지 못한 이재민들이다. 주로 피해가 심했던 인흥리와 성천리, 용천리에서 온 주민들이다.
이재민들은 서로의 텐트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집이고 축사고 홀라당 다 타버렸다"고 쾌활하게 말하며 애써 웃음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표정에서 드러나는 걱정은 숨기지 못했다.
또 다른 대피소인 용촌2리 마을회관도 분위기가 무겁긴 마찬가지였다.
산불에 집을 잃어 갈 곳이 없는 주민 1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지친 표정으로 둘러앉아 당시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종일 마을 주민들과 주변 피해 상황을 알아본 이장 이제은(72) 씨는 "불에 타지 않은 집 중에서도 화재 때문에 전기가 안 들어오는 가구가 많다"며 "한전에서 빨리 전력이 끊긴 가구를 파악해 복구해줬으면 주민들의 불편도 적어질 것 같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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