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블랙홀의 실제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사진 속 고리 하나가 전 세계 사람들을 이렇게 들뜨게 만들 수 있나 싶었습니다."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11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블랙홀 첫 관측`에 관한 설명회에서 "지금껏 블랙홀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존재를 확인해 왔는데, EHT(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가 이를 해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0일 세계 최초로 초대질량 블랙홀의 실제 모습이 공개됐다. 국내 천문학자를 포함한 EHT 연구진은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을 관측하고 이를 영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구 규모의 거대한 망원경`이 있어 이번 관측이 가능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정 박사는 "망원경은 한라산에서 백두산 정상에 서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 한올 한올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분해능(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HT는 세계 곳곳에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이 `망`을 이뤄 마치 하나의 커다란 망원경 같은 효과를 내도록 한 `가상의 망원경`이다. 다만 여전히 장비의 감도와 분해능에 한계가 있어 영화 `인터스텔라` 같이 블랙홀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는 없다.
정 박사는 "우주의 탄생이나 진화와 관련된, 지금껏 알지 못했던 블랙홀에 대한 정보를 앞으로 가져올 수 있으리라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물리, 수학을 모르는 유치원생, 초등학생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주제가 블랙홀"이라며 "이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화상회의 형태로 설명회에 참석한 손봉원 천문연 박사는 사견을 전제로 "연구를 주도한 두 분은 노벨상을 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관측 결과를 기다리며 일각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1915년)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전날 공개된 블랙홀의 모습은 되레 이 이론을 재입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에 의해서 시공간이 휜다. 블랙홀의 경우라면 빛을 포함한 모든 물체를 빨아들인다. 이론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한 M87의 모습과 실제 관측한 모습은 거의 일치했다.
김재영 독일 막스플랑크전파연구소 박사는 "이번에 공개된 블랙홀의 모습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옳았음을 다시 입증한 것"이라고 의의를 재차 강조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지난 1919년 개기일식 때 태양 주위를 지나는 빛이 휘는 것을 관측하며 이 이론이 처음 입증된 바 있다.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100년 만에 실험으로 다시 확인된 셈이다.
M87 외에 다른 블랙홀도 인류에 속속 `민낯`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종수 천문연 전파천문본부장은 "EHT가 궁수자리A*도 관측했다"며 "분석 이후 이미지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블랙홀은 우리은하 가운데 있다.
정 박사는 "EHT의 1단계 목표는 블랙홀의 사진을 얻는 것이었고 2단계 목표는 영상을 찍는 것"이라며 "M87이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담은 영상을 얻을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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