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문의는 단톡방에?…수소차 지금 사도 될까(①충전편) [TMI특공대]

김종학 기자

입력 2019-04-19 19:10   수정 2019-04-20 07:55

    올해 판매 물량 4,000대 완판
    충전소 더 짓는다지만..정보는 태부족
    《TMI특공대는 현장의 기자들이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며 쓸모있는 정보를 전해드리는 체험형 영상 취재기입니다. 자동차 전문기자와 함께 올해 큰 화제가 된 수소전기차를 직접 시승하며 수소차에 대한 흔한 오해들과 일상 생활에서 겪게될 문제들을 꼼꼼히 알아봤습니다.》

    충전 시간 딱 5분이면 600km를 꽉 채워 주행할 수 있고, 배기가스 대신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 자동차, 여기에 차 구입하라고 정부가 현금 지원도 해주는 차, 바로 수소차 이야기입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소차 홍보를 한 덕분인지 올해 배정된 물량 4,000대가 이미 다 팔려 지금 사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선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다는데 우리만 수소차를 타도 괜찮을까요? 비싼 돈을 들여 수소차를 사더라도 충전도 어렵고, 연료가격도 전기와 비교해 저렴하지 않고, 혹시 사고에 취약할 수 있다라는 의문도 끊이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수소연료전지차(Fuel Cell)를 바보 같은 차(Fool Cell)이라고 조롱했을까요? 국내에도 이제 저렴한 가격에 나온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대안도 많습니다. 궁금함을 해결할 방법은 딱 하나, 수소차를 빌려 장거리를 직접 주행하며 요모조모 따져봤습니다.

    ● 거친 도로에서 '몽실몽실'.."왜 이리 부드럽지?"

    아침 10시에 찾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 강남시승센터는 현재 서울에선 유일하게 수소차를 타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전 세계 양산형 수소차는 일본 도요타의 미라이, 혼다의 클래리티, 한국 현대차의 넥쏘 이렇게 딱 3개 차종 밖에 없고, 국내에선 넥쏘만 판매하다보니 서울 시승센터는 시승 대기만 두 달씩 밀려있다고 합니다. 기다림 끝에 넥쏘 SUV 차량을 하루 동안 빌렸습니다.

    시승차를 몰고 주행한 코스는 양재동 시승센터에서 현대차에서 운영하는 양재충전소, 그리고 이달 중순 막 개장한 안성휴게소 부산방향에 설치된 안성충전소, 그리고 휴게소를 빼고 현재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충남 내포 충전소를 왕복하는 구간입니다.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면서도 전기차로 가기에 살짝 부담스러운 왕복 250km 정도의 구간을 설정해 주행해봤습니다.

    "이거 왜 이렇게 부드럽지? 드라이밍 모드 때문인가?" 시승용 수소차를 넘겨받아 도로로 끌고 나와 운전을 시작한 후배의 첫 마디입니다. 주행하는 동안 '몽실몽실' 도로 충격을 부드럽게 넘기는 서스펜션을 달고도 아무 소리 없이 달리다니, 기존 내연 기관차에선 경험하기 어려운 감각입니다. SUV라 덩치가 커서인지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반박자 느리게 가속을 시작하는데, 탄력을 받고 나면 고속도로에선 무게감있게 110km까지 뻗어나갑니다. 전기차보다 추월이 힘들거란 말도 편견입니다. 강력한 성능을 양보한다면 보다 일상적인 주행에 적합한 차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소전기차는 수소가스를 탱크에 충전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GM볼트, BMW i3 등의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과 주행감각은 비슷합니다. 실내에서도 '기이잉' 돌아가는 듯한 모터 소음과 달릴 때 들리는 풍절음이 전부일 정도로 조용합니다. 구동 방식은 스마트폰 처럼 배터리를 차량 바닥에 대량으로 깔아서 모터와 연결해 달리는 걸 전기차라고 한다면, 수소차는 스택이라고 불리는 전기발전기 힘으로 달리는 자동차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수소탱크로 인해 폭발 위험에 대한 오해도 받지만, 핵무기에 쓰이는 수소와는 분자 구조부터 달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소 1kg 충전에 8,800원?..2040년에 3,000원으로?

    수소차를 사기에 앞서 이런 오해보다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올 문제는 차량 가격입니다. 현대차 넥쏘를 구매하려면 옵션에 따라 7,200만 원~7,500만 원으로 제 돈 내고 구매하기엔 상당히 부담이 따릅니다. 워낙 고가이다보니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나랏돈과 지자체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했는데, 서울시 기준으로 차값의 절반인 3,500만 원, 딱 정액으로 받습니다. 이걸 빼면 오너가 부담할 구입 비용은 3,800만 원에서 4,000만 원 정도이고, 취득세 등 660만 원에 달하는 세금도 낼 필요없습니다. 아쉬운 점은 같은 회사의 코나일렉트릭이 4,800만 원, 아이오닉 전기차가 3,700만 원 정도에 정부 지원금을 받아 2천 만원대에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구매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입니다.

    친환경 차량 가운데 수소차가 전기차에 비해 연료비가 비싸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서울 양재에서 무료로 충전할 수 있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1kg에 8,000원, 시승차를 타고 들른 안성휴게소 충전소는 1kg에 8,800원의 비용을 받았습니다. 수소충전 가격을 1km단위로 쪼개 다른 차량들과 비교해보면 전기차는 같은 거리를 주행할 때 25원, 수소차는 3배 이상 비싼 80원씩 부담해야 합니다. 오피넷 기준 경유가격이 같은 거리에 88원으로 나오니 수소가격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정부는 수소가스 공급을 늘려 20년 뒤인 2040년 수소 1kg당 3,000원까지 요금을 낮추겠다는 계획이지만, 체감하기 어려운 숫자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 턱없이 부족한 충전소..일본은 110곳 돌파

    정부가 확충하겠다고 했던 충전소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요? 현대차 양재 시승센터에서 시승 차량을 받아 바로 옆 양재 충전소까지 이동하는데만 20분, 이 정도라면 서울 강남 거주자라도 충전을 마치기까지 30분 이상의 여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확인한 한국 수소차 충전시설은 2019년 4월 현재 총 20곳입니다. 연구용 6곳, 고속도로 충전소 3곳을 빼면 일반 수소차 오너가 되어 도심에서 찾아갈 수 있는 충전소는 11곳에 불과합니다. 서울이나 울산을 제외하고 다른 지방에 거주한다면 대도시 거점까지 적어도 2시간, 왕복으로 반나절은 달려야 할 만큼 충전소가 부족합니다.

    한국의 수소충전소 인프라 수준은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부족한 에너지를 대체할 목적으로 2014년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도쿄 도심에만 수소 충전소 14곳, 전국에 110여 곳이 넘는 충전소를 지었습니다. 내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30분 거리에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럽도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다임러 등이 참여하는 수소충전소 건설과 차량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현대자동차, 한국도로공사 등을 통해 고속도로 휴게소와 지방 거점에 수소충전소를 확충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달 12일 안성휴게소 서울방향과 부산방향, 여주휴게소에 수소 충전소가 문을 열었고, 올해 상반기 중에 하남, 함안휴게소에도 충전소도 개장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2년 안에 서울 여의도 국회 충전소를 포함해 전국 31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전기차 충전소는 한 기를 짓는데 500만 원 정도이고, 아파트 주차장이나 대형마트에 4~5개씩 설치하더라 3천 만원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수소 충전소는 한 곳을 짓는데 25~30억 원으로 정부와 지자체 또는 기업체가 반반씩 보태 짓는 중입니다. 정부 계획대로 300곳을 지으려면 적어도 7,5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 답답한 수소차 오너들..정보 공유 단톡방까지

    "점심시간에 오시면 충전 못해드려요, 모르고 오셨으니까 이번만 넣어드릴게요" 출발 전 양재수소충전소 직원에게 전해들은 얘기입니다. 차량을 운행하는데 아무때나 충전할 수 없다니..

    수소전기차를 실제로 타보면 계기판부터 네비게이션까지 대형 디스플레이로 채워져있고, 이 화면에 전국의 수소충전소 지도와 주행가능거리, 가장 가까운 충전소까지 자동으로 안내됩니다. 그런데 이 차를 받기 전까지 수소충전소 위치와 운영 정보를 쉽게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산업부, 환경부 등에서 사전에 공개한 자료들을 받아보기 전까지 인터넷 검색으로는 충전소 위치가 모두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가격 등이 누락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시승팀이 겪은 것처럼 전국 수소충전소마다 운영시간도 일일이 확인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서울 양재 충전소 기준으로 평일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또는 요일에 따라 밤 9시까지 운영하고, 이번에 새로 개장한 휴게소들은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합니다. 수소 충전소는 일반 주유소와 달리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들이 없으면 이용할 수 없다보니, 당연히 직원들이 쉬는 시간, 식사 시간에는 차량을 충전할 수 없습니다. 아쉽게도 이런 점은 수소충전소 네비게이션이나 정부 사이트 등에 충분히 고지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수소차 오너들끼리 모여 카카오톡에 '전국 수소충전소 현황' 챗봇 대화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단톡방에는 전국의 수소충전소 운영시간, 구축현황, 위치 여기에 고장나서 이용할 수 없는 충전소까지 정부 홈페이지보다 유용한 정보들이 담겨있습니다. 정부는 수소충전소가 고장나면 연구용 시설을 개방하니 이용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이런 정보를 알고 있는 이용자들이 얼마나 될까요.

    ● 충전소만 더 짓는다면..수소차가 매력적인 이유

    그럼 수소차를 타지 말아야 할까요? 몇몇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전기차보다 확실히 나은 점들이 많습니다. 전기차와 달리 기존 내연 기관차의 프레임, 서스펜션, 내장 부품들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쓰고, 탑승 공간에서 손해볼 일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주행 편의성이 다릅니다. 시승한 수소차의 경우 충남 내포 충전소까지 왕복하고도 350km정도 주행 가능 거리가 남아 다음 날에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전기차였다면 충전소를 한 번 이상 들러야하고, 매번 30분 이상 충전하고도 충전용량을 걱정할 만한 거리를 수소차는 아무 부담없이 주행할 수 있는 겁니다.

    또한 현대차가 무려 20년 가까이 차량 개발에 오래 공을 들인 만큼 제값은 하는 자동차입니다. 테슬라에서 쓰지 않을까 싶은 도어핸들, 기어봉을 대신하고 있는 버튼들과 각종 다이얼, 고가의 대형 디스플레이와 반자율 주행장치들로 채워진 운전석, 고속에서 묵직한 주행감, 여기에 문콕 걱정없는 자동주차 기능까지. 강원도나 멀리 남해안까지 가족들을 태우고 여행가더라도 걱정없이 편안한 주행이 가능한 차량입니다.

    그런데 수소차를 막 구매해서 나오다 접촉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될까요?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을 돌려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직접 정비소들을 찾아다니며 물어본 수소차가 가진 기능들, 차량 유지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수소차 지금사도 될까' 2부 정비편은 오는 24일 연재됩니다.》





    디지털뉴스부 김종학 기자(jhkim@wowtv.co.kr) / 산업부 배성재 기자(sjb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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