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23일 20∼30대 비혼 청년들을 만나 결혼과 관련한 고민거리를 청취했다.
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20∼30대 비혼 청년과의 대화의 장`을 열었다. 참석 청년 8명이 대부분 대학원생이나 직장인이기 때문에 수업과 업무가 끝나는 저녁 시간대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간담회에 온 청년들은 비혼을 선택한 이유, 결혼을 놓고 고민한 경험, 혼인에 따른 재정적인 문제 등 그간 속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30대 후반이라는 정현아(여) 씨는 "저 같은 경우는 `고독사`만 떠오르면 `결혼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면서 "지금은 셰어하우스(공동주택)에 살고 있는데 다양한 사람이 가족처럼 살고 있어 안정감을 느낀다. 이런 삶의 형태를 지원해주는 방안이 있었으며 좋겠다"고 제안했다.
중견기업에 다닌다는 직장인 김호성(30·남)씨는 `결혼을 선택하는 적령기에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두려움이 앞선다. 정부 지원은 연봉(수준)에 따라 받는데 (저는) 가운데에 끼어 있어 해당(지원)을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자리한 김모(여)씨도 "무기계약직으로 최저임금 받으면서 서울에서 생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처우를 받는데 결혼, 주거 같은 거 생각하는 거, 둘이 산다는 거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으로) 발생하는 감정적인 문제도 감당하기 어렵다. 결혼해서 행복할 때도 있지만 육아,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 때문에 토로를 하는 걸 보면 결혼에 대한 생각을 갖지 못하게 되더라"고 전했다.
진 장관은 청년들이 돌아가며 결혼, 비혼을 둘러싼 풀지 못한 고민을 쏟아내자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며 착잡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간담회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경용(남)씨는 "노총각, 노처녀 같은 얘기없이 결혼이나 이혼에 대해서도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면서 "빠른 결혼, 느린 결혼없이 경제적으로 할 수 있을 때 자유롭게 하는, 편견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정샛별(여) 씨는 "여가부 등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생애설계`라는 게 있다. 예비부부 교육, 육아교육 등을 접할 수 있다"면서 "1인 가족도 이런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하루짜리 교육밖에 없더라"고 비판했다.
IT 개발자로 자신을 소개한 김규민(남) 씨도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정부가 되기 위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사람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이성애자도 퀴어 분들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진 장관은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가족 문제가 제일 어려운 거 같다"고 토로하며 "그래도 한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반겼다.
그러면서 "지금 여가부가 준비하고 있는 것 중에 `청년 참여 플랫폼`이 있다며 이 공간에서 다양한 고민과 제안들을 함께 펼쳐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차례 논의하다 보면 합의점들이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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