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20달러(0.3%) 상승한 63.5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파장과 주요 산유국의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전화해 유가를 낮추라고 말했다"고 밝혀 유가의 급락을 촉발했다. WTI는 이날 장중 한때 4% 이상 폭락하기도 한 끝에 3%가량 내려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등이 증산에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OPEC이나 사우디 등에서는 이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서 유가의 하락세도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OPEC과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과 유가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대표는 "사우디나 OPEC은 이 문제에 대한 어떤 논의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유가는 일시적인 하락 후에 재차 새로운 고점으로 상승했던 바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한차례 소화되면서 시장은 다시 공급 부족 우려에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리비아도 내전 상황으로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위험도 고조됐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 호조로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개선된 점도 유가에 도움을 주는 요인이다.
미국의 3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9% 늘어 시장의 예상을 상회했다. 중국의 3월 공업이익도 13.9% 증가해 작년 8월 이후 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공급 위험이 지속하는 만큼 유가의 상승 추세 자체는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이후 사우디의 증산 가능성은 유의해야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연구원은 "시장의 공급이 실제로 부족하지는 않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부족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유가 하락 포지션을 취하는 것은 매우 외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는 "유가 급락은 과매수 상황에 따른 것일 수 있다"면서 "과매수 상황에서 작은 불확실성에 반응이 클 수 있지만, 공급 상황을 고려하면 유가 상승은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ING은행은 다만 "사우디가 당장 5월에 산유량을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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