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스트레스 높은 '저녁형 인간', 타고난 줄 알았더니?

입력 2019-06-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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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타고난 `체내 시계(body clock)`에 따라 `아침형 인간(morning larks)`과 `저녁형 인간(night owls)`으로 나뉜다. 대체로 아침형 인간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지만, 저녁형 인간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저녁형 인간 중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고 해도 체질적으로 안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체내 시계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데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은 수면 부족에 빠지기 쉽고, 정신적·신체적 수행능력이 정점에 도달하는 시간도 `아침형`보다 늦어, 낮의 일상적 활동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게다가 심혈관질환, 우울증, 스트레스 등 질환의 발병률과 사망률도 아침형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 패턴과 몇 가지 생활 습관을 바꿔 몇주 동안 유지하면 약물치료 등을 하지 않아도 `저녁형`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영국 버밍엄 대와 서리 대, 호주 모내시 대 등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진행했고, 보고서는 9일(현지시간) 저널 `슬립 메디신(Sleep Medicine)`에 실렸다.
버밍엄 대학 측이 온라인( 링크 )에 공개한 연구 개요에 따르면 이번 실험은, 건강한 `저녁형` 성인 2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평균적으로 이들 지원자는 오전 2시 30분에 잠자리에 들고, 같은 날 오전 10시 15분에 일어났다.
연구팀은 이들의 루틴(일상적 습관)을 바꾸기 위해 △평소보다 두세 시간 일찍 일어나고 아침 채광량을 최대한 늘릴 것 △평소보다 두세 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고 그후엔 빛 노출을 최대한 줄일 것 △근무일과 휴무일 모두 자고 깨는 시간을 일정하게 지킬 것 △가능하면 아침 식사를 하고 점심도 일정한 시간에 하며 오후 7시 이후 저녁 식사는 자제할 것 등을 주문했다.
이렇게 3주 동안 생활하게 한 결과 지원자들은 잠드는 시간과 깨는 시간을 각각 두 시간가량 앞당길 수 있었다. 하지만 수면 시간이 주는 부작용은 전혀 겪지 않았고, 우울증과 스트레스, 낮의 졸음 등도 줄어들었다.
특히 저녁형 인간이 피곤함을 많이 느끼는 아침 시간대의 인지 반응과 악력(握力) 등 신체능력이 향상됐고, 그런 기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도 `야간`에서 `오후`로 당겨졌다.
서리 대의 데브라 스킨 신경·내분비학 교수는 "수면 부족과 생물학적 주기의 교란은, 체내 (생리학적) 과정을 많이 방해해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 등의 위험을 높인다"면서 "단순한 루틴만 만들어 지켜도 저녁형 인간의 체내 시계를 조정해 신체적, 정신력 건강을 전반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모내시 대학 터너 뇌·정신건강연구소의 엘리스 페이서-차일즈 박사는 "저녁형 인간은 직장이나 학교의 선호하지 않는 일정에 맞춰야 해 불리한 상황에 놓이곤 한다"면서 "이런 차이점을 인정하고 개선 수단을 제공하면, 항상 최적의 생산성과 수행능력을 요구하는 그런 사회에서도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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