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이 맺은 첫 군사협정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결국 2년 9개월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2차례 자동 연장돼왔다. 협정 연장시한 90일 전 어느 쪽이라도 파기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종료된다. 청와대는 재연장 시한(8월 24일) 이틀을 남겨놓고 결국 파기를 선택했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한 2급 이하 군사비밀 공유를 위해 지켜야 할 보안 원칙들을 담고 있다.
상대국에서 받은 군사비밀을 해당 국가에서도 비밀로 보호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은 `군사 Ⅱ급 비밀`, 군사 Ⅲ급 비밀`로 비밀등급을 표시해 일본에 주고, 일본은 `극비·방위비밀, 비(秘)`로 분류된 정보를 한국에 제공한다.
한일 간 지소미아 체결 논의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에 시작됐다.
하지만 일본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유야무야됐고, 이명박 정부 들어 협정 논의가 재추진됐다.
특히 2012년 6월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밀실 추진` 논란이 제기돼 무산됐다.
지소미아 재추진이 결정된 것은 그로부터 4년 뒤인 2016년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 속에 한·미·일 안보 공조 필요성이 크게 부각된 시기였다.
미국은 북한 견제뿐 아니라 대중 봉쇄전략 차원에서도 한일 양국 간의 직접적인 군사 공조, 이를 통한 긴밀한 한·미·일 3각 안보공조를 필요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의 대북 대응을 외교적 차원에서 군사적 차원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됐지만, 이 협정의 효용성을 놓고서는 의견이 엇갈려왔다.
양국의 대북 감시·정보능력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한국은 백두, 금강 정찰기를 통해 평양 이남에서 군사분계선(MDL)까지의 군사시설에서 발신되는 무선통신을 감청하고, 각종 영상정보(시긴트·SGINT)를 수집한다.
고위급 탈북자나 북·중 접경지역에 인적 네트워크도 구축해놓고 있다.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 6기와 1천㎞ 밖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천㎞ 이상의 지상 레이더 4기, 공중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 초계기 110여 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지소미아 체결 이후 최근까지 모두 29건의 정보를 교류했다. 2016년 1건, 2017년 19건, 2018년 2건, 2019년 7건 등이다.
한국은 일본에 북한에서 발사된 각종 탄도미사일 정보를 주고, 일본은 북한 잠수함 기지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동향,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분석 결과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바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애초 낸 `한일의 신속한 이견 해소 촉구` 수준의 입장에서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몇 시간 만에 입장 변화가 생긴 배경을 놓고 관측이 분분하다.
미 국방부는 22일(현지시간) 오후 1시께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첫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은 정경두 장관과의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사실상 `지소미아 유지` 입장을 피력했다.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한미일 3각 안보 공조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점점 촘촘해지고 있는 `대중 포위망`에도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나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하면서 종종 한미동맹을 `린치핀`(linchpin·핵심축), 미·일 동맹을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에 비유해왔다.
미국은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증원 병력과 군사 물자의 중심적인 통로가 되는 만큼, 북핵견제라는 측면에서도 한일 간의 군사정보 공유는 꼭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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