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 통째로 사라졌다…허리케인 도리안에 폐허된 바하마

입력 2019-09-0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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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를 초토화한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강풍과 폭우에 가려졌던 피해 규모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하마 일대에서 병원이나 대피장소 같은 기본적인 시설마저 물에 잠기고 통신이 두절된 가운데 한때 주택가였던 동네도 이제는 돌만 굴러다니는 폐허가 됐다고 전했다. 심지어 공항까지 물에 잠겼다.
공중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집들은 무너져내려 흔적만 남았고, 집의 잔해는 물 위를 둥둥 떠다닌다. 배는 장난감처럼 뒤집혀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가장 피해가 큰 그랜드바하마섬의 경우 가장 높은 지대가 9m 높이인데 7m 높이까지 빗물이 차올랐다. 사실상 지역 전체가 물에 잠긴 셈이다.
위성 촬영업체인 아이스아이는 그랜드바하마의 60%가 침수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지역인 아바코섬에선 나무들이 쓰러져 몸통과 가지가 분리되고, 한때 주택이 있던 자리엔 호수 같은 물웅덩이가 생겼다.
특히 아바코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주로 모여 사는 판자촌의 경우 동네 전체가 통째로 사라졌다고 당국 관계자들은 전했다.
사망자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당국이 현재까지 파악한 사망자 수는 7명으로, 이 중에는 어린이도 포함됐다. 하지만 구조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높은 5등급의 초강력 허리케인이라고는 하나 이처럼 피해가 유독 큰 데는 도리안이 이 지역에 오랜 시간 머물렀기 때문이다.
마빈 데임스 바하마 국가안보장관은 "태풍의 강도뿐만 아니라 그랜드바하마와 아바코에 머무른 시간도 문제"라며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바하마에 상륙한 도리안은 꼬박 하루 이상을 그랜드바하마와 아바코에 마치 멈춘 듯 머물렀다. 도리안은 현재 2등급으로 약화한 채 미국 플로리다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섬 주위로 파도가 높이 치고 있어 4일 오전 무렵에야 완전히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물이 조금씩 빠지면서 구조 활동이 시작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민들은 물 위에서 타는 제트스키까지 동원해 지붕 위에 고립된 이웃 구하기에 나섰다. 미국도 해양경비대 헬기를 급파해 구조작업을 지원 중이다.
지붕 위에서 발이 묶여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가 "상당량" 걸려왔다고 해양경비대 관계자는 밝혔다.
구조 전화를 한 사람 중에는 심지어 가족과 함께 다락으로 대피했다 갇힌 현직 장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랜드바하마의 경우 상황이 너무 열악해 군용 헬기도 구조작업을 시도도 하지 못한 채 되돌아오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
경찰차나 소방차 등 비상용 차량도 모두 물에 잠겨 무용지물이다.
구조 이후에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재민을 위한 쉼터조차 물에 잠겨서다.
구호단체도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관련 단체들은 헬리콥터로 긴급 구호품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강풍에 가시거리가 짧아 헬기를 띄우기가 어렵다.
가까스로 헬기가 이륙해도 피해 규모가 큰 지역은 여전히 물에 잠겨있어 착륙장소를 찾기도 어렵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심지어 관영 라디오 방송국을 포함해 정부 건물도 침수됐다.

이재민들은 대피소를 찾아 또다시 위험한 물길을 헤쳐나가거나 물이 차오르는 자신의 집에 남아있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또다시 절망하고 있다.
가슴팍까지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한 남성은 "허리케인을 여러 번 경험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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