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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정부, 외국인 보유 주택통계도 없는데…강남 집값 어떻게 잡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9-12-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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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한국 경제에 각 분야에 걸쳐 인구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보고서가 유독 많이 발표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보고한 ‘2050년 한국 인구 피라미드’다. 핵심은 205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은 39.8%, 14세 이하 유소년은 8.9%를 차지하는 역피라미드 구조에 있다.
생산함수(Y=f(K,L,A), K=자본, L=노동, f()는 함수 형태)에서 보듯이 인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크다. 소비함수와 투입산출(I/O)표를 통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생산유발액, 부가가치액, 고용창출 규모 등을 모두 산출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유망산업이 떠오를 것인가’ 추정도 가능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부동산 가격을 예상하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이다. 4년 전 ‘한국 부동산(특히 강남) 시장이 인구 절벽에 따라 장기침체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했던 해리 덴트의 ≪인구 절벽(The Demographic Cliff))≫이 대표적이다. 같은 해 5대 시중은행장의 강남 집값 15% 폭락 예측도 동일한 근거에서다. 결과는 틀렸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부동산 시장 예측에 관한 한 정확하다고 평가받던 해리 덴트는 2010년을 기점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경우 미국 부동산 시장과 경기는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비용을 충당할 재원이 충분치 않아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역자산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주가가 경기에 1년 정도 앞서 간다면 2009년은 포트폴리오와 자산분배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할 중요한 해로 지목했다. 2010년 이후 미국 경기가 장기 침체에 들어가면 직전 해에는 그 때까지 보유한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미국 경기와 주가는 회복되기 시작해 전후 최장의 호황 국면과 강세장을 구가하고 있다.
미국보다 은퇴 후 삶의 수단으로 주식보유 비율이 적은 한국으로서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이 최소한 자가 소유(특히 아파트) 시장을 예측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1960년대 이후 이명박 정부 출범 2년까지 세대가 지날수록 자산 계층이 두텁게 형성됨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한 단계씩 뛰었다.
그 이후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때까지 4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빠졌다. 때맞춰 해리 덴트의 인구 절벽이 발간돼 큰 인기를 끌었다. 예측기관과 부동산 전문가의 비관론도 쏟아져 나왔다. 네트워킹 효과와 심리적 요인이 겹쳐 국민들 사이에는 ‘이러다간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자 곧바로 부동산 가격을 띄워 경기회복을 모색하는 ‘초이노믹스’가 발표됐다.
당시 비관론의 근거는 하나같이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자산 계층이 받쳐줄 가능성이 낮다“고 본 점이다. 특히 핵심자산계층인 45∼49세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8년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과 경기는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해리 덴트가 쓴 ‘인구 절벽’의 주된 내용이다.

해리 텐트의 주장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관할대상이 바뀐 점을 무시한 결정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인구통계학적 이론이 맞으려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의지대로 통화정책 관할대상에 자산시장이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그린스펀 독트린).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밴 버냉키 전 Fed 의장의 주장대로 자산시장을 포함시켜 통화정책을 운용해 오고 있다(버냉키 독트린).
버냉키 독트린대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경우 인구통계학적 이론에 따라 부동산과 같은 실물투자 수익률이 낮게 예상되더라도 금융차입 비용이 빨리 올라가는 것을 막을 경우 거품 붕괴를 막을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미루거나 Fed가 금리인하를 재추진하는 이유다.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리고 있다.
아직도 한국 부동산 시장(특히 강남)이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보는 예측기관과 부동산 전문가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강남 등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강한 대책만을 중심으로 숨가쁘게 내놓고 있다. 효과가 있기보다 빈집 확산, 지역 위화감 조성, 풍선 효과 등 갈수록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출발점부터 재검토해 봐야 한다.
또 하나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외국인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하는 점이다. “외국인이 강남 주택을 몇 채나 보유하고 있습니까?”. 관련 통계당국에서 돌아온 답은 “정확하게 집계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외국인의 토지 보유 현황을 보면 해가 갈수록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매매 건수가 주요 도시 핵심 지역일수록 증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보유 동기는 아직까지 실수요가 많지만 투기 목적으로 국내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는 움직임도 포착된 지도 오래됐다.
보유 주체별로는 해외 거주한 교포 등 검은 머리 외국인이 아닌 순수 외국인 비중이 면적, 금액 모두 늘어나고 있다. 국적별로는 미국, 일본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사드 배치 보복으로 감소세를 보였던 중국 비중이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주택 보유 현황도 토지와 비슷하지 않을까’ 추론해 본다.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의 지배 문제인 윔블던 현상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순기능으로는 각종 부동산 서비스 개선, 부동산 제도와 감독기능 선진화, 그리고 대외 신인도 제고 등이다. 하지만 국부 유출, 부동산 정책 무력화, 국민 주거생활 불안정, 자살 등 사회병리 현상과 같은 역기능이 어떤 시장보다 심하게 나타난다.
앞으로 부동산의 증권화가 진전될 경우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윔블던 현상이 더 심화되고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따른 교란과 피해가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보다 앞서 가는 국가의 부동산 간접투자는 리츠(REITs) 상품 위주로 성장해 왔다. 국내 시장은 규모가 작고 오피스 빌딩 중심으로 제한돼 왔으나 리츠 상품이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처럼 절대 가격과 개인의 부채 비율이 동시에 높은 여건에서는 부동산 현물이 거래되기가 쉽지 않다. 주거에 대한 인식도 ‘소유’보다 ‘주거’ 개념으로 빠르게 변하는 추세다. 앞으로 부동산 현물을 담보로 금융상품을 개발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요구가 공급자, 수요자 모두 높아져 부동산의 증권화는 더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자산에 비해 부동산의 ‘역자산 효과’가 큰 점도 증시보다 윔블던 현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갑작스런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문제 등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통계를 갖춰나야 한다. 역자산 효과란 주식, 부동산 등과 같은 자산 가치 변화에 따라 가구의 소비수준이 감소해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말한다.
역자산 효과는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 가설’과 프랑코 모딜리아니의 ‘생애주기 가설’에 따른 소비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가구는 전 생애에 걸쳐 소비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어 소비 지출은 현재 소득과 미래에 기대되는 소득뿐만 아니라 보유자산의 가치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두 이론의 핵심이다.
보유 자산의 가치변동은 자산처분, 자산담보 대출 등을 통한 자금조달경로로 소비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역으로 자산 가치 하락 때 소비지출 감소를 유발하게 된다. 가구 소비의 자산효과는 가계 자산구성, 주거형태 차이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어떤 경우든 부동산의 역자산 효과는 주식보다 2배 이상 크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등이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식자산이 1달러 증가하면 소비가 3∼4센트 증가하는 반면, 주택자산의 소비증대 효과는 1달러당 10∼15센트로 최소한 주식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하락될 경우 소비에 미치는 역자산 효과는 같은 폭으로 상승할 때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국내 부동산 가격변동에 따른 자산효과를 연구한 것을 종합해 보면 주택가격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의 탄력성은 ‘0.1’ 수준으로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연구 결과와 비슷하다. 하지만 강남 아파트와 같은 환금성이 높은 아파트 가격변화에 따른 소비지출변화의 탄력성은 ‘0.23’으로 매우 높게 나온다.
앞으로 강남 등 주요 도시 핵심 지역일수록 외국인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주택 통계는 특수성을 갖고 있어 정책당국의 신중한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서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관련 통계당국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면 ‘과연 부동산 대책은 효과가 있을까’ 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의문이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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