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경세포 표면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범`이라는 오랜 정설을 뒤엎는 또 하나의 증거가 나왔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 공간에 있는 표면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가 잘못 접히면서 서로 뭉쳐 플라크(plaque)를 형성하게 되면 독성을 띠면서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시스템인 시냅스(synapse)를 파괴,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치매 전문가들은 굳게 믿고 있다.
따라서 치매와 치료제 개발 연구도 거의 베타 아밀로이드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최근 이를 부인하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기억-노화 센터(Memory and Aging Center)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프로그램실장이자 신경과 전문의인 질 라비노비치 박사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함께 또 다른 치매 원인으로 지목돼온 뇌 신경세포 안의 단백질 타우 엉킴(tau tangles)이 치매의 `주범`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와 헬스데이 뉴스가 2일 보도했다.
타우는 신경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로 잘못 접히면 서로 엉키면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단백질 접힘(folding)은 선형의 아미노산 복합체인 단백질이 개개의 단백질에 고유한 접힘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러한 비정상 타우 단백질이 뇌의 어느 부위에 얼마만큼 형성돼 있느냐는 1~2년 안에 그 부위가 위축(atrophy)되면서 그 부위가 지닌 기능 저하가 나타날 것을 예측하는 지표가 될 수 있는 반면 베타 아밀로이드는 이러한 예측 지표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치매 초기 환자 32명(남성 11명, 여성 21명, 평균연령 65세)을 대상으로 뇌 속의 타우와 베타 아밀로이드를 추적하는 두 가지 물질을 이용, PET를 찍고 이와 동시에 그리고 1~2년 후 뇌 구조를 보여주는 MRI를 찍어본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우선 PET 영상에서 나타난 비정상 타우 단백질의 전체적인 수치가 1~2년 안에 치매 증상이 얼마만큼 악화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PET 영상에서 비정상 타우 단백질이 발견된 부위에 타우가 쌓인 패턴이 15개월 후 그 부위가 위축될 것인지를 40% 이상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비해 베타 아밀로이드의 이러한 예측 지표로서의 가치는 3%에 불과했다.
이 모든 것은 타우 단백질 엉킴이 치매의 신경 퇴행을 유발하는 `주범`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현재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기억-노화 센터 등에서 비정상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다면서 개발이 완료되면 치매 환자들에 대한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게 될 것이며 또 타우를 추적할 수 있는 PET를 이용하면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 속도도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처음 치매 진단이 내려졌을 때 의사와 가족들이 가장 알고 싶은 것은 환자의 기억이 서서히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급격하게 떨어질 것인지 또 환자가 얼마나 오래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일 것이다.
비정상 타우 단백질을 추적하는 PET 촬영으로 이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타우 단백질은 철도선로와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잘못 접힌 비정상 단백질 등 독성 쓰레기가 발생하면 이를 선로를 통해 운반, 세포 밖으로 배출함으로써 세포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며칠 전에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출현 이전에 이미 치매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아밀로이드 원인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논문이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altional Medicine) 최신호(1월 1일 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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