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3일(현지시간) 밤 현재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소 152명(사망자 3명 포함)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보고된 76명에서 두배 증가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제·금융 중심지인 밀라노가 있는 북부 롬바르디아주(州) 내에서만 11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수상 도시 베네치아가 주도인 베네토주에서도 2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밖에 에밀리아로마냐에서 9명, 피에몬테에서 6명, 수도 로마가 있는 라치오주에서 3명의 감염 사례가 나왔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망자도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악성 종양 발병으로 롬바르디아주 크레마 지역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77세 여성이 이날 사망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롬바르디아주에 거주하는 또다른 77세 여성이 지난 20일 숨진 데 이어 21일에는 베네토주의 78세 남성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보고됐다.
지난주 중순까지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 2명,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철수한 자국민 1명 등 총 3명에 불과했던 확진자가 최근 며칠 사이 갑자기 폭증한 것은 물론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이탈리아 정부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중국 등을 여행한 적 없는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지역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신규 확진 사례는 롬바르디아와 베네토주 두 지역에 집중돼있다. 이탈리아 전체 경제의 약 30%를 담당하는 지역이다.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롬바르디아주에선 역학조사 결과 밀라노에서 남동쪽으로 약 70㎞ 떨어진 코도뇨(Codogno)라는 마을에 거주하는 38세 남성이 최초 확진자이자 이른바 `슈퍼 전파자`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이 남성은 지난 19일 폐렴 증세로 코도뇨 병원에 입원했는데, 이후 롬바르디아주에서 쏟아져나온 거의 모든 감염자가 해당 병원 의사·간호사·환자, 혹은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남성이 애초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두 번째로 감염자가 많은 베네토주도 애초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사업가 8명이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했으나 감염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오면서 최초 전파자 존재가 미궁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가 전날 이동 제한령을 내린 롬바르디아·베네토 내 일부 지역 주민은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슈퍼 전파자의 존재가 확인된 코도뇨 인근 마을에선 주민들이 식료품과 마스크 등을 사려고 슈퍼마켓 앞에 긴 줄을 서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들은 최소 수일간 집안에서 자체 격리 생활을 해야 할 처지다.
이동 제한령 대상은 두 개 주 11개 마을 주민 약 5만3천명이다. 지역 주민이 외부로 나가는 것은 물론 외부인의 진입도 제한된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북부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조처도 크게 강화됐다. 경제·사회·문화·스포츠·교육 등 모든 영역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루카 차이아 베네토 주지사는 현재 한창인 이탈리아 최대 축제 `베네치아 카니발` 진행을 이날 밤부터 잠정 중단하고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프랑스 니스 등과 함께 세계 3대 카니발로 꼽히는 베네치아 카니발은 애초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지난 18일 개막한 `밀라노 패션 위크 2020` 역시 바이러스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중국인 취재진과 바이어, 관련 종사자들의 행사 참석이 취소된 가운데 이날 예정된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의 패션쇼도 보건상 이유로 아무도 없는 텅 빈 무대에서 진행됐다.
밀라노에 있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 공연장 가운데 하나인 라 스칼라도 공연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고, 밀라노 등 북부지역에서 이날 열릴 예정이던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세 경기를 비롯해 모든 스포츠 경기가 취소됐다.
22일 개막하기로 돼 있던 세계 최대 안경 박람회(MIDO) 역시 5월로 연기됐다.
밀라노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선글라스 제조업체 룩소티카(Luxottica)와 이탈리아 최대 은행 우니크레디트(Unicredit)는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 직원들의 출근 금지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롬바르디아·베네토주 내 다수의 초·중·고교와 대학은 물론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시설까지 잠정 폐쇄된 상태다.
예상치 못한 이탈리아 내 바이러스 확산에 국경을 접한 인근 국가도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를 오가는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고 스위스도 이탈리아 접경 지역의 검역을 강화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현 상황에서 국경 폐쇄까지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당국은 앞서 지난달 말 로마에서 60대 중국인 관광객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오는 4월까지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을 오가는 직항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다른 유럽국가를 경유해 육로나 항로로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 등은 막지 않았다.
이탈리아와 달리 다른 유럽 국가들은 최근 수일간 확진자 추가 없이 비교적 안정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현재 주요 국가별 확진자 수를 보면 독일 16명, 프랑스 12명(사망자 1명 포함), 영국 3명 등이다.
이탈리아 코로나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