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상장사들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위기 탈출을 위해 부동산 등 자산 매각과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안을 동원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취재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증권부 박승원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지금 국내 상장사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요?
<기자>
돈맥경화라고 하죠. 쉽게 말해 국내 상장사들의 자금줄이 말라붙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채권 발행에 길이 막히고, 원화채 발행 시장 역시 살얼음판인 상황입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는 다음달로 예정했던 5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을 하반기로 연기했습니다.
이번달 초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한 대우건설도 조달 일정을 미루기로 했구요.
국내 주식시장 역시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기업공개 즉, IPO나 유상증자도 어려운 상황인데요.
실제 화장품 원료소재 기업인 엔에프씨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일반공모 청약까지 마쳤지만, 돌연 상장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상장사들의 자금줄이 말라붙으면 결국엔 가지고 있던 자산을 팔 수 밖에 없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상장사들은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은 물론, 괜찮은 사업까지 내다팔고 있습니다.
필사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건데요.
실제로 올해 들어 다른 법인의 주식이나 출자증권을 처분한다고 밝힌 상장사는 26개사로, 이들이 매각을 결정한 주식 규모만 무려 2조3천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세 배에 이르는 수준입니다.
돈이 될 만한 부동산이나 공장을 처분한 규모도 3,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많은 상황입니다.
<앵커>
현재 국내 상장사들은 현금 확보와 함께 주가 급락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요. 주가 방어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구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연초 이후 지난 20일까지 자기주식 취득을 공시한 상장사는 모두 128개사입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 상장사가 61개사, 코스닥 상장사는 67개사인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 유가증권 상장사가 13개사, 코스닥 상장사는 18개사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앵커>
기업별로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상장사 가운데 주인 즉, 오너들이 자사주 매입한 경우도 많다구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롯데그룹입니다.
그간 경영권 분쟁을 끝내고, 소위 원톱 체제를 구축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 등 '뉴롯데' 구현에 앞서 단행한 것은 바로 자사주 매입이었습니다.
연봉의 절반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자사주를 사들였는데, 이 과정에서 롯데지주 임원 29명도 동참했습니다.
형제가 많은 GS와 LS그룹의 오너 일가 역시 자사주 매입에 나섰는데요.
GS그룹의 오너4세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그룹내 지주사인 GS의 보통주 3만4천여주를 장내매수했고, LS그룹 오너가의 아들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역시 LS 보통주 2천5백주를 장내에서 사들였습니다.
오너 일가가 아닌 회사 차원에서 대규모 자사주를 사들인 상장사들도 속출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분야가 바로 금융업 관련 기업들입니다.
금융업의 경우 회사 CEO 등 경영진뿐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의 자사주 매입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권희백 대표이사를 포함한 한화투자증권 경영진이 최근 자사 주식 21만2천여주를 장내 매수한 데 이어, SK증권, BNK금융지주 등도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많은 기업과 오너들이 자사주 매수에 나섰는데, 결과는 신통치가 않다구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오너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특히,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오너 일가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회사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신호와 함께 경영권 강화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급락장에선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정도의 효과만 봐도 선방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실제 지금과 같은 폭락장에서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기업들 대다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주가부양 효과를 얻기 위해선 자사주 매입이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입니다.
여기에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기업에 한해선 자사주 매입 한도를 보다 폭넓게 완화해 주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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