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7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중 누적 순매수 금액은 4조7796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제로금리` 선언에 증시가 충격을 받은 16일에도 개인들은 9200억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24일 인천과 전남 순천에서 1순위 청약을 실시한 아파트 단지 3곳에는 총 12만명이 몰렸다. 인천 연수구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는 804가구 모집에 5만8021명이 신청해 인천 역대 최다 청약자 수 기록을 세웠다. 인천 부평구 `힐스테이트 부평`(487가구 모집)에는 4만1048명이 신청했고, 순천 `한양수자인 디에스티지`(904가구)에도 2만961개의 청약통장이 모였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얼어붙고 있지만 투자 심리 만큼은 여느 때 보다 핫(HOT) 하다. `제로금리`, `양적완화`라는 정부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시중에 유동자금이 풍부해진 것이 이유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긴급 인하(1.25%→0.75%)하며 사상 처음 0%대 금리 시대를 열었다. 한국은행은 이어 26일 `무제한 양적 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조치다.
이러한 정책은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이다 보니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진작 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나아가 개인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먼저 금리를 인하의 경우 대출금리가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빚 내서 집을 사거나 주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또한 중앙은행이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하면 금융회사의 유동성 사정이 개선돼 시중에 돈이 풍부해지는 만큼 투자자들은 주식,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게 일반적이다.
당장 대출금리는 4월 확 떨어진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상품의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매달 15일 고시되기 때문에 내달 중순이면 일부 대출 상품 금리가 내려간다. 이미 이번 달 코픽스 금리는 1.43%로 한 달 전보다 0.11%포인트 내렸다. 다음 달 코픽스가 추가로 내려갈 경우,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1.85~2.2%)보다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주담대 상품이 나올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 역시 늘어난다. 특히 자금 부족으로 부동산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했던 2030세대들도 양적완화로 돈이 풀리고,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낮아진 덕에 부동산 투자 열기에 올라탈 수 있다.
부동산은 주식에 비해 진입장벽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여기에 제로금리와 양적완화가 겹치면서 부동산 가격을 확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투자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3월 이후 이어진 기준금리 1%대 기간 전국 아파트 값은 38.19% 올랐다. 특히 서울이 73.38% 치솟은 것을 비롯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48.89% 급등했다.
앞서 저금리와 양적완화를 경험한 해외 사례도 참고해 볼만하다. 유럽은 미국의 2008년 양적완화 이후 전세계적으로 달러가 많아진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극약처방`으로 내놓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겹쳐 집값이 들썩였다. 일부 국가는 5년 새 집값이 40%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심리적 안정장치도 장점이다. 투자 전문가는 "최근 일부 펀드에서 투자금 전액 손실 등 부실투자가 드러난 데다 주식시장은 낙폭에 따른 불안감이 크지 않냐"며 "결국 저금리 및 양적완화로 돈을 쥔 사람들은 안전자산인 아파트 구매에 높은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금리, 양적완화 여파로 부동산은 수도권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비규제지역은 집값의 최고 70%까지 대출이 가능해 투기과열지구(40%)나 조정대상지역(50%)에 비해 대출한도가 훨씬 높다. 청약 통장 가입 후 1년(지방 6개월)만 지나면 세대주뿐 아니라 세대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며 분양권은 당첨 후 6개월 뒤부터 되팔 수 있다. 유주택자도 1순위로 청약할 수 있으며 가점제 비중도 낮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부동산 규제 `풍선효과`도 비규제지역으로 풍부한 유동자금을 끄는 요인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인천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인천의 주간 아파트 매매 상승률이 3월 들어 0.42%, 0.38%, 0.53%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 열기가 거세지자 트랜드를 반영한 신조어도 눈길을 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당첨자 발표 후 6개월 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데다, 분양가가 6억원 아래여서 구매 부담이 낮은 `66클럽`, 수도권 비규제 대단지를 의미하는 `수비대`라는 신조어가 이슈 몰이 중이다.
이미 66클럽, 수비대에 나오는 새 아파트에도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도시개발사업부문 1위 기업인 DK도시개발·DK아시아가 인천 서구 인천공항철도 검암역세권에서 4월 분양 예정인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가 대표적이다. 40층 총 4805가구 매머드급 대단지며, 오션뷰와 리버뷰를 한눈에 누리는 대한민국 첫 번째 리조트 도시로 조성된다. 특히 전용면적 59·74·84㎡ 중소형이 90% 이상 배치된다. 추첨제 비율도 80%로 상대적으로 청약 가점이 낮은 30~40대 젊은 세대도 청약 당첨의 기회가 제공되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최대 70%까지 가능하다.
유명 투자 전문가는 "분양가격이 6억원 아래라는 것은 고가 아파트보다 가격 상승 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전매제한이 6개월이면 여유자금이 없는 30대도 투자에 나설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제로금리에 양적완화로 시중에 돈이 더 풀리면 주식, 부동산 모두 일부 유망 투자상품에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초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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