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마스크 품귀를 완화하기 위해 모든 가구에 2장의 천마스크를 배포하기로 한 것을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일 저녁에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천마스크를 다음 주 이후 모든 가구에 2장씩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세탁할 수 있고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천마스크를 5천만 세대 전체를 대상으로 2장씩 배포하기로 한 것"이라며 "1장 가격은 200엔 정도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천마스크 배포의 실효성과 비용, 일률적으로 가구당 2장으로 정한 이유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스가 장관은 가구당 평균 가족 수는 2.4명인데 왜 2장으로 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에게는 별도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1천100만장의 천마스크를 우선 공급해왔다는 발언도 했다.
인터넷 등에선 정부의 가구당 천마스크 2장 배포 정책에 대한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도쿄도(東京都)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우리 집은 6인 가족이다. 어른이야 포기한다. 하지만 마스크를 누가 쓸지 이제 아이들 넷이 가위바위보를 해야…"라는 글을 올렸다.
배송비를 들여가며 모든 가구에 천마스크를 배포하는 것보다는 가까운 상점에서 누구나 비교적 쉽게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본 정부는 우체국의 배달 시스템을 활용해 각 가정의 우편함에 마스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런 전달 방식도 논란을 낳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노숙자나 인터넷 카페(PC방과 유사하며 칸막이형 개인 공간을 제공하기도 함)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다는 점을 지적하는 노숙자 지원단체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당국은 앞서 홋카이도(北海道) 기다카미(北見)시에서 우체국 배달망을 이용해 각 가정에 마스크 7장씩을 나눠줬는데 `두 가구가 살고 있는데 한 가구 몫만 왔다`는 등의 지적이 한 달 사이에 약 250건 접수됐다.
또 고령자 생활 시설 건물 한동에 7장만 배송되는 등 수요와는 동떨어진 수량이 지급되는 등 시행착오가 있었다.
천마스크의 성능에 대한 논란도 있다.
5년 전 영국 의학지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의료 종사자 1천607명을 ▲ 의료용 마스크 착용자 ▲ 천 마스크 착용자 ▲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는 사람으로 나눠 감염 위험을 비교한 결과 천 마스크를 쓴 집단에서 호흡기 질환이나 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인 사람이 가장 많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오니시 가즈나리(大西一成) 세이루카고쿠사이(聖路加國際)대 준교수(공중위생학)는 "천 마스크는 타인으로부터 감염을 막는 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