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제약업계 밀착 관계에 약값 높아져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기대돼 임상시험에 진입한 항(抗)바이러스제 소포스부비르(상품명 소발디)는 이미 만성 C형간염 치료제로 개발돼 쓰이는 약물이다.
이 약을 C형간염 환자에게 1주기(12주)간 투여하는 데에는 미국의 기준약가를 적용할 때 1만8천610달러(약 2천300만원)가 든다. 한알에 약 42만원꼴이다.
한국에서도 소포스부비르의 건강보험 약값은 한알에 거의 13만원이나 된다.
코로나19의 폐 손상을 억제해 줄 가능성으로 주목받는 폐섬유증 치료제 피르페니돈도 1주기(4주) 치료에 드는 약값이 미국 기준약가로 9천606달러(약 1천200만원)나 된다. 미국 보훈병원 할인을 적용해도 6천513달러(약 800만원)로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이러한 후보 약물이 임상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 코로나19 치료제로 `재창출`된다고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약값 탓에 다수 환자가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최근 학술지 `바이러스 퇴치 저널`에 실린 연구논문을 인용해 11일(런던 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거론되는 기존 약물의 각국 가격과 이들의 복제약 예상 가격을 비교해 제약사들이 고가 정책으로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연구진은 약물의 생산 원가, 세금, 10% 마진을 붙여 예상 복제약 가격을 산출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소포스부비르의 예상 복제약 가격은 5달러 수준으로, 미국 기준약가의 1.5%에 불과하다.
제약사들은 신약의 가격은 실패한 프로젝트를 포함한 막대한 개발비용이 반영된 것이며 폭리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개발비용의 상당 부분은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즉 납세자가 부담한 것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소포스부비르를 C형간염 치료제로 내놓은 길리어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의 선물`이라는 표현으로 선전한 렘데시비르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렘데시비르 개발에 투입된 미국 정부 자금은 7천900만달러(약 1천억원) 이상이다.
그런데도 길리어드는 이 약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추진해 장기 마케팅 독점권을 노리는 뻔뻔한 행태를 보였다가 비판 여론이 고조하자 지정 취소를 신청했으며, 평가가 엇갈리는 임상시험 초기결과가 나온 최근에야 비축 물량을 정부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디언은 과도한 약값 결정의 배경으로 정부와 제약업계가 밀착된 관계에 주목했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에 배치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조 그로건 국내정책위원회 위원장은 2011∼2017년에 길리어드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영국의 제이컵 리바이 박사는 "대형 제약사들은 약품 연구개발에 실제로 돈을 거의 쓰지 않아도 불필요하고 검증되지 않은 높은 가격을 매기는 오랜 관행이 있다"며 "그러한 관행은 간염이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같은 감염병에서 너무나 흔했다"고 설명했다.
리바이 박사는 "그러한 일이 코로나19에 일어나게 할 수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살릴 수 있는 생명 수십만을 죽게 만들 것이며 의료 불평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