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KT CEO, 젊은 직원에 '뭇매'

이지효 기자

입력 2020-06-10 15:44   수정 2020-06-11 15:16

구현모 KT 대표

● `라떼는 말이야` 아니 `나때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커피 얘기가 아니다. 말 끝마다 `나때는 말이야`로 운을 떼는 직장 상사를 풍자하는 표현이다. 요즘에는 영어로 직역한 `Latte is a horse` 표현을 모르면 이른바 `꼰대`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나이나 연차,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잔소리를 듣는 연차가 낮은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쓰면서 유행어가 됐다.

회사 내에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늘면서 `라떼는 말이야`에 반감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직장 내에서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간 마찰이 계속된다면 조직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젊은 리더십이 총수의 또 다른 자질로 떠올랐다.

● KT 구현모 "예스맨 NO, 소통 원한다"

올해부터 새로운 CEO를 맞은 KT는 어떨까. 50대 젊은 사장인 구현모 KT 대표는 취임 때부터 `젊고,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는 새로운 KT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존 `회장` 중심의 1인 체제를 없애고, 조직 개편에서 젊은 인재를 발탁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무엇보다 `내부 출신 CEO`인 만큼 임직원을 대하는데 `위계`보다는 `소통`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도 `라떼는 말이야`를 벗어날 수는 없었을까. 구현모 KT 대표는 최근 20대와 30대의 젊은 직원들을 모아 `통통미팅` 간담회를 열었다. 젊은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게 소통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하느니만 못한 간담회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T 직원 다수는 구현모 대표의 `불통 이미지`가 커진 답답한 자리였다고 토로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 `월급 적다`는 직원에 "백수보다 낫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KT 직원들의 불만이 다수 올라왔다.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한 KT 직원은 "한 대리가 구현모 대표에게 `월급이 너무 적다`고 하소연을 하자 나도 통신3사 중에 가장 적다고 답했다"며 "역시 소통왕이시다"고 비꼬았다. 이 글에 따르면 구 대표는 해당 직원에게 "월급 비교는 취직을 못한 백수와 하라"고 말하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절이 떠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다른 KT 직원에 따르면 구 대표는 이 자리에서 "주인의식은 주니어에게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40세를 바라보면 이직을 할 수 없으니 회사에 충성하라"고 조언했다. 이 글을 쓴 직원은 "이런 교육은 주니어가 아닌 시니어에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당시의 불편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 "이 정도면 직장내 괴롭힘이다" 의견도

젊은 직원을 한 자리에 모은 구 대표의 일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구 대표는 "블라인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동기와 놀지 말고 그럴 시간에 선배들과 소통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는 애정어린 조언이었지만 간담회의 취지와 다르게 `꼰대`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 것이다. 블라인드 글을 보면 다른 통신사 직원들도 "저래야 사장할 수 있는 건가" "이 정도면 직장 내 괴롭힘 아니냐" "라떼 이즈 홀스 나왔겠구먼" 등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 대표가 이 자리에서 밝힌 KT 비전에 대해서도 의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구 대표는 "KT는 구글, 네이버 같은 회사가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앞으로의 먹거리는 플랫폼이다"고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소개했다. 플랫폼 회사와 경쟁해야 하는데, 플랫폼 회사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한 KT 직원은 "무슨 목적으로 진행한 건지 모르겠지만 다시 진행한다면 기업문화실도 미래가치 TF도 충분히 고민을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KT

● KT, `비전` 암기 무작위 확인 전화까지

지난달에도 KT는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논란이 됐다. KT가 비전과 핵심가치를 `과하게` 사내에 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비전은 구현모 대표가 새롭게 발표한 것으로, `KT는 혁신을 리딩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홍보를 위해 KT는 코로나 시국에도 집합 교육을 진행하고, 기업문화실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작위 전화를 걸어, 비전과 핵심가치를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당시에도 KT 직원들은 "조금 있으면 핵심가치로 수필 공모전도 할거 같다" "쌍팔년도로 돌아왔다" "암기 강요는 군대에서도 가혹 행위" "전화받고 귀를 의심했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됐어, 꼰대"…`예스` 외치는 직원들

직장 내 세대 갈등은 세계적인 추세다. 20대의 뉴질랜드 녹색당 소속 의원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연설하던 중 자신에게 야유하는 베이비붐 세대 의원에게 "오케이, 부머"라고 응수한 사건이 있었다. `부머`는 `베이비 붐` 세대의 줄임말로 한국어로 하면 "됐어, 꼰대" 정도의 의미다. 신조어를 정의하는 `어번 딕셔너리`는 "베이비 부머들이 바보 같은 얘기를 하는데, 그게 왜 틀렸는지 설명하려면 수십 년간 쌓인 잘못된 정보와 무지를 무너뜨려야 하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오케이`라고 말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예스맨을 싫어하고 소통을 중시한다던 구 대표의 `라떼는 말이야` 소통법에 직원들은 의미없는 `예스`를 외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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