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생한 유치원이 보낸 급식꾸러미 쌀에서 벌레가 발견돼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식중독 사태가 발생한 A 유치원에서 보낸 `급식꾸러미` 택배 상자를 받고 놀랐다.
더러운 택배 상자에 담긴 것은 10㎏짜리 쌀 한 포대였다. 포장지 겉면은 언제부터 쌓인 건지 가늠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더러운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거뭇한 쌀바구미들이 기어 다니거나 날아다니고 있었다.
쌀 도정 일자와 생산 일자도 찾아볼 수 없었고 품질 등급도 `특·상·보통` 중 제일 낮은 `보통`으로 표기됐다.
앞서 안산 A 유치원에선 6월 12일 첫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이후 원생 113명을 포함한 118명이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다.
이 가운데 71명이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았고, 16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으로 진단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일부 아동은 퇴원 후에도 고혈압, 복통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김 씨는 "학부모에게 보내는 게 이 정도인데 평소에는 도대체 어떤 걸 먹인 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다"며 "매일 먹는 쌀이 이런데 고기, 야채는 어땠을지 싶다"고 했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A 유치원비상대책위원회는 "식자재 납품업체 측이 약 100개의 택배를 가정에 보낸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가운데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쌀에서 벌레를 발견했다는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공유한 학부모만 30여명"이라며 "아직 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어 사례는 더 늘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 유치원 급식꾸러미에 쌀을 제공한 B 정미소에 확인한 결과, 이 정미소는 학교급식 납품 경험이 전무한 곳이었다.
B 정미소 대표는 "35년간 정미소 운영하면서 학교 식자재 납품업체에 공급한 적이 전혀 없다"며 "지인을 통해 요청을 받아 처음 거래했다"고 말했다.
쌀에 벌레가 나온 것에 대해선 "유치원에 문제(식중독 사고)가 생겼다며 배송일이 6월 18일에서 한 달가량 연기됐고, 그동안 상온 창고에 쌀을 보관했는데 그때 벌레가 생긴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 쌀을 저장창고가 아닌 일반 창고에 보관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물로 씻어내 밥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포장지에 도정, 생산날짜를 적지 못한 건 실수"라고 덧붙였다.
식자재 납품업체 측은 "유치원이 강화섬쌀을 원해 바로 도정하는 정미소를 찾아 거래한 것"이라며 "(문제가 된 쌀들을 모두) 반품 및 재배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경기도교육청, 농림축산식품부, 경찰청 등에 불량식품유통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부모들이 지적한 내용을 점검해 조처하겠다"며 조만간 진상조사에 나설 뜻을 밝혔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