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NA 칼럼] 라오스 젊은이의 꿈 “나도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요”

입력 2020-08-10 09:29   수정 2020-08-10 16:22



며칠째 해가 보이지 않는다.
예전 같지 않은 기나긴 장마가 라오스 하늘에 잔뜩 옹알이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해 한반도를 거쳐 이곳 라오스에도 장마가 이어지면서 메콩강 수위도 한껏 올라왔다.
지평선에 깔린 구름을 그늘로 삼고 답답했던 커튼을 걷어치우고
창문을 열어 라오스 젊은이를 만나보았다.


<사진 : 라오스 젊은이들과의 인터뷰는 `산업인력공단 라오스EPS센터 유승각센터장`의 소개로 이뤄졌다>


올해 21살 라오스 청년 미양을 만난 것은
금년 2월 한국 중소업체와 고용계약까지 끝나고 들어가려던 차에 코로나로 막혀 들어가지 못한 사연 때문이었다.
시엥쿠앙고등학교에서 2~3등 하던 그는 라오국립대학교 입학시험에도 합격했지만, 가난 때문에 다닐 수가 없었다.
육남매 중 둘째로 농촌에서 부모님 농사일을 도우며 오순도순 살았지만 큰 누나가 대학을 다니고 있어 본인은 대학진학을 포기해야했다.
가족끼리 원망이란 없었다.
그는 돈을 벌고 싶었다.
“한국에서 돈 벌면 뭐하고 싶냐”고 묻자, 지체 없이 답변이 나왔다. “한 달에 1천달러씩 부모님을 돕고 싶다”고...
“시엥쿠앙에서 아파트도 사고 싶다”고도 했다. 이미 가격도 알아봤다고... 약 2만달러 정도란다.
장래 외과의사가 되고 싶다는 미양.
한국은 선진국이고 한국 사람들은 참 영혼이 깊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그래도 본인은 엄마 아빠가 있는 라오스가 좋단다.
취업하게 되면 부모와 헤어져서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어서 빨리 한국 가서 돈을 벌고 싶다는 말에는 눈망울이 빛났다.

K-pop이 좋아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는 22살 쑤와나.
특히 남성그룹 EXO의 약속을 좋아한다며 흥얼거린다.
라한한국어센터에서 한국어 강사로도 일하고 있는 그녀는 무조건 한국이 좋단다.
유창한 한국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은 원활하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나라를 가본 적이 없다는 그녀.
5살 때 부모의 이혼 이후 의사인 엄마와 살고 있다는 그녀의 얼굴에서는 작은 그늘도 찾아볼 수 없이 해맑기만 하다.
여기서 버는 돈은 월 200달러 정도(의사인 엄마의 월급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에 취업하게 되면 월 2천달러 정도 벌 수 있으니, 어머니를 도와줄 수 있다며 한국행을 서두르고 있다.
돌아와서는 편의점 가게 주인이 되고 싶다는 그녀는 한국은 잘 살고 참 좋은 나라라고 엄지척이다.


지금까지 한국에 취업한 라오스 젊은이는 약 320명 정도.
중소기업 고용불안을 돕기 위해 아시아 각국에서 인력송출이 이루어진지는 15년이 되었지만, 라오스에서 인력송출이 시작된 지는 3년에 불과하다.
코로나로 국경선이 막힌 지금도 효심 깊은 이들의 땀방울은 가난한 부모의 계좌를 든든하게 채우고 있다.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7~80년대의 우리의 자화상이
이들 라오스 젊은이들의 가슴에서 묻어나오는 듯 훈훈하다.
하늘 길만 뚫리면 당장이라도 가고 싶다는 라오스 젊은이들의 간절함에서, 가족을 위해서라면 청춘을 사르겠다는 라오스 아들과 딸의 단호함에서,
지긋지긋한 코로나를 잠시 잊어보았다.

칼럼: 황의천 라오스증권거래소 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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