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홍콩 경찰의 무더기 체포 대상에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홍콩 민주파 진영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밤 우산 혁명의 주역인 아그네스 차우(24)의 자택에 들이닥쳐 그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그네스 차우는 홍콩보안법이 금지하는 분열 선동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아그네스 차우는 조슈아 웡과 함께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지난 2011년 결성한 학생운동 단체 `학민사조`는 이듬해 홍콩 정부가 친중국적 내용의 국민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12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대 운동을 주도, 그 도입 계획을 철회시켰다.
이후 학민사조는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벌인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을 주도했고, 아그네스 차우는 `학민여신`으로 불리며 조슈아 웡과 함께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나아가 2016년에는 네이선 로와 함께 `데모시스토당`을 결성했다. 이들은 지난해 홍콩 시위 때 국제사회에 연대를 호소하는 활동을 해 중국 중앙정부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고 할 수 있다.
데모시스토당은 홍콩보안법 시행 직전 전격적인 해체를 선언했고, 네이선 로는 영국으로 망명했다.
전날 홍콩 경찰은 학민사조의 전 구성원인 윌슨 리, 민주파 진영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선거감시단 활동을 한 앤디 리 등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이에 앞서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신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와 그의 두 아들, 빈과일보의 모기업 `넥스트 디지털` 임원 4명이 체포되는 등 전날 홍콩 경찰에 체포된 인사는 10명에 이른다.
경찰 내부 소식통은 SCMP 인터뷰에서 "지미 라이 체포는 모 온라인그룹 수사와 관련 있다"면서 "이 온라인그룹은 외국에 홍콩 제재를 요청하고, 해외 계좌에서 100만 홍콩달러(약 1억5천만원)를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온라인그룹의 활동은 6월말 홍콩보안법 발효 이후 이뤄졌으며, 지미 라이는 홍콩보안법상 외세와의 결탁 혐의를 받고 있다.
아그네스 차우 역시 이 온라인그룹 활동과 관련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지미 라이의 큰아들은 `사취 공모` 혐의로 체포됐는데, 구체적으로 빈과일보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의 사무실을 비서대행 서비스 용도로 사용해 토지 임대차 계약 등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친중 진영의 고소에 따른 것이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이들의 체포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고 "지미 라이는 미국을 위해 싸우는 것을 오만하게 뽐내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폭력을 선동하기 위해 그의 매체를 이용했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홍콩기자협회의 크리스 융 회장은 전날 경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진 빈과일보 앞에서 "제삼 세계 국가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언론 자유 탄압이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콩 경찰이 전방위 체포 작전을 벌이면서 이제 이목은 조슈아 웡이 체포되느냐 여부에 쏠린다.
우산 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은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로,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는 미국으로 건너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 통과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에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홍콩 의회인 입법회 선거 출마를 선언한 조슈아 웡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슈아 웡마저 체포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