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온라인 등교'…"9살 아이에 원격접속 하라뇨"

이지효 기자

입력 2020-08-26 14:48   수정 2020-08-2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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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짜리 아이에게 혼자서 제시간에 일어나 온라인 수업을 받으라뇨."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수업에 걱정이 앞선다. 이 학부모는 "낮에 부모가 함께할 수 없는 아이들은 사실상 방치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모든 지역의 학교가 당분간 등교수업을 중단하고 전면 원격수업을 시행한다. 현장에서는 감염 우려가 다행이라는 반응과 동시에 `돌봄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부모없는 학생 어쩌나"…돌봄공백 `심각`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5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등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수도권 내 모든 유·초·중·고·특수학교를 26일부터 오는 9월 11일까지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형식상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지만, 수능 때문에 등교하는 고3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3단계 조치를 적용하는 셈이다. 방역당국 기준에 따르면 3단계에서는 전면 원격수업 또는 휴업을 해야 한다.

원격수업 첫날인 오늘 사이트 접속의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오늘부터 원격수업이 시작됐지만 EBS 방송은 내일부터 시작한다. 27일부터 28일은 1학기 진도를 복습하고, 2학기 정규수업 방송은 31일부터 진행된다. 각 학교는 클래스룸, 줌, 네이버밴드,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원격수업을 실시했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서 가정의 돌봄 문제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일부 초등학교는 전날 오후 학부모들에게 "내일부터 EBS에서 2학기 정규수업 방송이 시작되니, 오늘 오후 6시까지 학교에 와서 교과서를 가져가라"고 긴급히 연락했다. 하지만 곧 다시 담임교사로부터 "EBS에서 2학기 정규수업 방송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고 다시 연락이 왔다. 죄송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갑자기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돼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데 EBS 방송 일정까지 오락가락 하면서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혼선을 준다"고 토로했다.



● 가장 문제는 `학습격차`…"맞춤형 수업 어려워"

특히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은 당장 자녀를 맡길 곳이 없는 만큼, 벌어질 학습 격차에 대한 우려가 크다.

3학년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 박모 씨는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학습은 자기 주도가 어렵다"며 "부모가 옆에서 봐주는 친구들과 그렇지 못한 친구들 간 학습 격차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해당 교사가 실시한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활용한 수업에 접속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방학후 바로 원격수업이 도입돼 아이들이 무기력해졌다"며 "방학 전보다 출석율이 낮아 매일 교사가 부모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우려하는 학습 격차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은 낮아 보인다. 교육부는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원격수업 이외에 추가로 대면지도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양방향 원격수업을 확대하는 등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도록 원격수업을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2학기 원격수업 방향은 지난 1학기와 비교할 때 큰틀에서 바뀐 것이 없다. 2학기 원격 수업은 EBS온라인클래스, e학습터 등 정부의 공공서비스 위주로 운영된다. 양방향 수업은 각 학교의 재량으로 이뤄진다.

경기도에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 심모 씨는 "쌍방향 수업을 할 때 얼굴이 안보이게 자꾸 피하거나 카메라 접속불량이라며 끄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옆에 없거나, 자기 주도가 안되는 학생들은 아무리 끌고 가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고 맞춤형 수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일률적인 수업은 가능하지만 양방향으로 진행되는 원격수업을 하기에는 플랫폼과 콘텐츠가 부족한 것 같다"고 전했다. 가정마다 PC환경이 상이한 만큼 모든 학생에게 맞는 양방향 수업을 적용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교사는 "리코더 수업을 양방향 수업으로 진행하니 소리가 끊겨서 힘들었다"며 "양방향 수업은 국어발표나 만들기 안내 정도로만 가볍게 시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갖춘 고학년 학생들은 달랐다. 특성화고에 다니는 2학년 이모 학생은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양방향 수업 환경이 잘 구축된 만큼 더 편하다"며 "아는 부분이 나올 때는 내가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어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 에듀테크 산업계와 협력…"미래형 수업, 만들어야"

교육부는 올해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에듀테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는 2학기를 대비한 에듀테크 산업 활성화 대책이 빠져있다.

한국판 뉴딜에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활용해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통합 플랫폼` 구축 계획이 담겼다. 다만 정보화전략계획(ISP) 마련에만 8개월이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와는 별개로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 격차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인공지능(AI) 등 민간 분야에서 적용한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미래형 수업 체계를 갖추는 방향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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