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면 어마어마한 희생"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둘러싸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면충돌했다.
이 지사의 "미래통합당의 논리"라는 비난에 홍 부총리가 "철이 없다"는 야당 의원 말에 동조하며 비판을 가하자,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와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홍 부총리는 전날 국회 예결위에서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 비율보다 낮다`는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임이자 의원이 이 지사의 발언을 두고 `아주 철없는 얘기죠`라고 다시 묻자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는 발언"이라고 동조했다.
홍 부총리의 언급은 이 지사가 자신을 미래통합당에 비유한 데 대한 반격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는 지난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홍 부총리가 2차 지원금 지급에 난색을 보이는 데 대해 "논리적으로는 통합당이 하는 얘기"라며 선공을 날렸다.
홍 부총리의 국회 발언이 알려지자 이 지사는 곧바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되받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국정 동반자인 경기도지사의 언론 인터뷰를 확인도 안 한 채 `철이 없다`는 통합당 주장에 동조하며 책임 없는 발언이라 비난하신 건 당황스럽다"고 적었다.
민주당 의원들도 홍 부총리의 처신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논거를 들어 입장을 밝힐 일이지 분별없는 비난에 동조할 일이겠느냐"며 "홍 부총리는 언행에 신중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상민 의원은 "부총리의 생각이라기엔 고뇌나 궁휼 의지가 없으며 참으로 무책임하다"며 "정말 화급한 상황에 한가하게 국가부채 운운하며 재난지원금에 완고한 홍 부총리야말로 무대책이고 무책임하다"고 동조했다.
김원이 의원은 이날 예결위에서 "홍 부총리는 신중치 못한 발언에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쓰나미급 충격 앞에 많은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다"며 전 국민 대상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선별이냐 보편이냐를 갖고 공력(功力)을 낭비하며 우물쭈물했던 과오를 반복하면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르게 될지 모른다"고도 적었다.
아울러 이 지사는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를 부정적으로 보도한 한 언론의 보도를 겨냥해 "재난지원금 효과를 평가 절하하려는 의도를 가진 일부 언론에서 통화정책기관인 한국은행의 자료 일부만을 인용 보도해 국민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언론매체는 전날 한국은행 보고서를 근거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1조원을 지급하면 그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천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 지사는 "보고서에 명시된 분석시간의 한계와 재난기본소득의 수요위축 방지 효과.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닌 집필자 개인의 견해인 점 등을 언급하지 않고 일부 내용만으로 보도하는 것은 국민 기망 행위나 다름 없다"며 "자료의 일부 내용만을 떼어내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는 보도 행태를 멈춰주시길 정중히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보고서가 가정한 `글로벌 수요 충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가져왔다"며 "1차 지급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경제 백신인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다시 한번 이뤄져 신음하는 국민에게 단비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이재명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