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있는 멀티 앱…연동성은 아쉬워
오즈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짐벌
호의적인 반응 판매량으로 이어질까
화면이 회전하는 LG전자의 새로운 폼팩터 'LG 윙(WING)'을 보고든 생각입니다. 폴더블폰은 큰 화면을 접어서 사용한다는 의미가 있죠. 메인화면이 회전해 보조 스크린과 함께 보여주는 이른바 '돌려블'폰이 쓸모가 있을지 가장 궁금했습니다. 듀얼스크린처럼 케이스 형식으로 탈착하는 방식도 아니어서 어떻게 하드웨어를 구현했을지, 내구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우려도 됐죠. 잘못하면 기술만 혁신으로 남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LG 윙의 상품성은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하드웨어 완성도
(2) 무게와 크기
(3) 스위블(회전) 활용도 및 성능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LG윙은 쓸만함을 넘어 꽤 활용도가 높은 제품으로 다가왔습니다. 가격이 109만8,900원으로 확정되면서 1세대 제품이지만 상품성을 제법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지만 쓸만한 제품으로 탄생했다는 인상입니다.
● 하루에 수백번 돌리게 되는 'WING'
LG전자는 돌아가는 화면 기술을 '스위블 모드'라고 지칭했습니다. 오른손에 제품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밀면 메인 화면이 쉽게 돌아가서 'ㅜ' 모양이 됩니다. 유압식 댐퍼가 탑재돼서 회전하는 화면이 끝부분에서 부딪치지 않고 부드럽게 올라갑니다. 회전하는 게 익숙해지면 한 손으로 화면을 원위치 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듀얼 스프링, 듀얼 락으로 원위치로 돌아오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마치 과거 피처폰 시절 장난감 만지듯이 휴대전화를 다뤘던 것처럼 수십, 수백번 움직여도 크게 문제가 될 소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식적으로 20만번 이상 회전시킬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다는데, 첫인상대로라면 그 이상도 버틸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화면을 돌렸을 때 메인 화면과 보조 화면의 유격이 존재하고 손으로 힘을 가하면 앞뒤로 흔들립니다. 밀리터리 스펙(미국 군사 규격 테스트 9개 항목)을 획득한 제품이지만 화면이 열린 상태에서 충격이 가해지면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선 손상이 더 클 것 같다는 인상입니다.
제품 길이가 169.5mm에 가로폭이 74.5mm 여서 LG벨벳(167.2 x 74.1)과 비슷한 크기입니다. 일반 남성 손에도 제법 크기 때문에 손이 작다면 작동시키기 힘들 수 있습니다. 두께도 10.9mm로 갤럭시Z 폴드2 힌지 부분(16.8mm)보다 얇지만 일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두껍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작은 기기를 선호하는 소비자에겐 적합하지 않은 스마트폰입니다.
● 만원 지하철에서 활용도 최고
회전하는 메인 화면은 6.8인치 POLED 디스플레이(1080 x 2460)를 탑재했습니다. 보조 화면은 3.9인치 GOLED 디스플레이(1080 x 1240)를 채택했죠. 보조 화면 비율이 1.15:1이기 때문에 정사각형에 가깝습니다. 보조화면의 해상도가 예상보다 높아서 작은 화면에서도 유튜브 1080p 화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화면을 회전시켰을 때 잡는 느낌, 이른바 그립감은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새로운 폼팩터인 탓에 어색한 면도 있지만 무게중심이 제품 정중앙에 잡혀있어서 앞으로 기울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원 지하철 같이 제품을 한 손으로만 사용해야할 때 유용합니다. 가로화면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는 동시에 보조 화면에서 화면 밝기, 음량 등을 조절할 수 있죠. 이 점에선 무게가 LG윙(260g)보다 무거운 폴드2(282g)보다 활용성이 좋았습니다. 한 손으로 큰 화면을 잡기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웨일브라우저를 통해 네이버에서 기사를 보면서 영상시청, 유튜브에서 재생목록을 보면서 영상시청이 가능합니다. 카카오톡을 실행하면 메인 화면에 채팅창이, 보조 화면에 키보드가 나옵니다. 최신 인기 게임 '어몽 어스'를 하면서 화면을 가리지 않고 채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개의 화면을 모두 쓰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적다는 건 한계로 다가옵니다. 보조 화면에 LG 터치패드 기능이 있어서 컨트롤러 역할을 대신 수행합니다. 하지만 실용성이 많아 보이진 않습니다.
● 숙련도 따라 레벨이 달라지는 '스위블'
폴더블폰이나 듀얼스크린 등 기존과 다른 모습을 한 제품은 실제 활용도에 따라 상품성이 판가름납니다. 사용성이 떨어지는데 화면만 두 개면 쓸모가 없죠.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제품에 숙달되는 정도에 따라 LG 윙의 평가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일단 두 개의 앱을 실행하는 것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대부분 앱을 보조 화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독립적인 창 형성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론 출퇴근길에 유튜브와 유튜브 뮤직 앱을 번갈아 실행하며 동영상과 음악을 재생하는데요. 나갔다 들어왔다 할 필요가 없어 편합니다. 또 메인 화면에 네이버 지도를 띄우고 보조 화면에선 카카오톡을 실행해 약속장소로 향하면서 채팅도 맘껏 칠 수 있습니다. LG 윙의 AP 퀄컴'스냅드래곤 765G가 최상위 칩셋이 아니라서 아쉽다는 평가가 많지만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크게 불편한 점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문제는 화면간 연동성이 부족하는 데 있습니다. 폴드2에서 멀티 액티브 윈도우를 사용할 때 손쉬운 터치로 앱의 위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메인과 보조 화면에서 독립된 창을 구분하는 LG 윙에선 앱을 위나 아래로 보내거나 바꾸는 기능이 없습니다. 한 번의 클릭으로 멀티 앱 실행은 가능하나 전환하기가 힘들어 멀티태스킹 효과가 반감됩니다. 화면 두 개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반드시 넣어야 하는 요소로 판단됩니다.
● 오즈모와 비교해본 짐벌 모드 효과는?
LG 윙의 가장 큰 특징은 짐벌모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1,200만 화소 초광각(120도) 카메라와 6,400만 화소 광각 메인 카메라, 1,3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117도) 총 3개의 카메라가 탑재됐는데 1,200만 화소 카메라가 짐벌 모드에 사용됩니다. 짐벌 모드는 중국 비보의 '비보 X50 프로'같은 기종에 들어가 있는 기능이기도 한데요. X50 프로가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를 짐벌모드에 활용했다면 LG 윙은 1,200만 초광각 카메라를 활용한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1,300만 화소는 초광각 카메라는 사진 촬영과 스테디캠 동영상 촬영 등에 활용돼 3개 카메라가 모두 각각의 기능을 갖습니다.
성능 테스트를 위해 스마트폰을 결합시켜 사용하는 'DJI 오즈모 모바일2'와 비교해봤습니다. 오즈모가 물리적인 회전 축으로 스마트폰을 직접 회전시킨다는 점이 다르지만 흔들림에선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LG 윙 짐벌 모드 효과는 괜찮습니다. 자이로, 가속도, 방향 센서가 각각 2개씩 총 6개가 탑재돼 빠르게 걷고 뛰어도 흔들림을 잡아줍니다.
스마트폰을 장착시키고 수평을 맞춘 채 제품을 켜야하는 오즈모에 비해서 편리하게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야간 환경에서는 주변보다 더 어둡게 나온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LED 플래시가 바로 앞 사람의 얼굴까진 비춰주지만 별도의 조명이 없다면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일반 카메라 성능도 모자라지 않은 수준입니다. OIS(광학식손떨림방지)가 탑재된 6,400만 화소 카메라 성능은 준수합니다. V60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아이소셀 브라이트 GW1 센서가 탑재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64MP'이라고 적힌 별도 설정을 통해 더 높은 화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초광각 카메라에서도 야간 모드가 적용되고 동영상은 4K 60프레임까지 촬영이 가능합니다.
LG 윙은 새로운 폼팩터 1세대 모델이지만 완성도가 높은 제품입니다. 성능이 좋지 않은 모노 스피커, 최상위 AP가 아니라는 점이 아쉽지만 새로운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을 주긴 충분합니다. 화면이 부드럽게 돌아가고 IP54 방수방진 등급까지 갖췄다는 점도 만족스럽습니다.
LG 윙은 10월 6일 출시할 예정인데요. 디자인으로 관심을 끈 것과는 별개로 가격 및 성능에서 비교우위가 있는 '갤럭시S20 FE', 아이폰12 시리즈와 경쟁해야합니다. 109만8,900원이라는 가격에 좋은 품질을 제공하지만 시장의 반응이 '정말 이번에는 다를지' 쉽게 예측하긴 힘듭니다. 최근 나온 LG 스마트폰 가운데서 소비자 반응이 가장 좋다는 것 하나는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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