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유통 중 상온에 노출된 문제로 정부가 무료 접종사업을 중단하고 품질 검사에 돌입하자 어린 자녀를 둔 부모와 고령층을 중심으로 백신 품귀 현상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품질 검사 중인 백신이 폐기될 경우 물량이 부족해져 접종이 어려워지고, 접종 가격마저 오르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됐지만 일선 병·의원에서 유료 접종은 가능하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돈을 내고라도 빨리 접종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건물 밖으로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2주가량 걸린다는 품질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도 없고, 만약 검사 결과가 괜찮다고 해도 맞추기가 찝찝하다며 유료 접종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정 모(37) 씨는 "아이가 무료 접종 대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유료 접종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 빨리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유료로 맞는 게 좋을 듯하다" "아이들 독감 백신, 유료라도 접종하는 게 나을지 고민이다. 무료 접종 기다리다가 못 맞는 게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가격 인상 우려도 심심찮게 나온다. 품질 검사 중인 독감 백신이 폐기될 경우 그만큼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유료 접종이 지금보다 더 비싸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못 받고 비급여로 오롯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유료 접종의 경우 병·의원에서 자체적으로 접종비를 결정하게 돼 있다. 현재 병·의원의 4가 독감백신 접종비는 약 3만5천원에서 4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독감백신 무료 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이다. 이외 연령대는 유료 접종을 해야 한다. 단 무료 접종 대상자라고 해도 유료로 접종하는 건 가능하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독감 백신이 부족해진다고 해서 순식간에 가격을 올리는 곳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유난히 가격이 오른 것처럼 느껴지는 데에는, 지난해에는 3가 독감 백신과 4가 독감 백신이 동시에 공급됐으나 올해는 4가 독감 백신 위주로 물량이 풀린 탓도 크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하는 임고운 원장은 "작년 유료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 3종을 예방할 수 있는 3가 백신과 조금 더 비싸지만 4종을 예방할 수 있는 4가 백신이 모두 들어왔는데, 올해는 4가 백신만 들어와서 소비자들이 유료 백신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유료 백신의 재고가 부족해진다고 해서 일반 병·의원에서 (갑자기) 가격을 높여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대체로 백신가를 작년과 비슷하게 책정한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유료 접종과 무료 접종에 쓰는 독감 백신이 다른 제품이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하다.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쓰이는 `무료` 독감 백신과 일선 병·의원에 공급되는 `유료` 독감 백신은 동일한 제품이다. 병·의원마다 공급받는 제약사 제품이 다를 수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무료·유료 백신은 동일한 제품이다.
무료 접종은 중단되고, 유료 접종은 지속하는 건 NIP에 쓰일 예정이었던 독감 백신중 일부가 유통상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가 된 백신은 신성약품이 정부와 NIP 조달 계약을 맺은 총 1천259만 도즈(1회 접종분) 가운데 500만 도즈, 즉 500만명 분량이다. 해당 백신은 지난 22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13∼18세 학령기 아동 접종과 10월 중순 62세 이상 어르신 접종에 쓰일 예정이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