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를 가르친 프랑스 교사를 참혹하게 살해한 용의자가 어떻게 일면식도 없는 교사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는지를 둘러싼 궁금증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속속 풀리고 있다.
용의자는 중학교에서 역사와 지리를 가르치는 사뮈엘 파티(47)의 수업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게 돼 연락을 주고받았고, 학생들을 매수해 고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범행 직후 도주하다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즉사한 러시아 모스크바 태생 체첸 출신 용의자 압둘라 안조로프(18)는 범행 당일 자택에서 100㎞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해 파티의 학교까지 찾아왔다.
면허가 없는 안조로프는 지난 16일 친구의 차를 타고 파리 외곽 콩플랑생토노린에 도착했고, 학교 주변을 배회하다가 오후 4시께 학생 2명에게 150유로(약 20만원)를 건네며 파티의 인상착의를 알려달라고 했다.
정보를 제공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한 학생(14)은 용의자가 풍자만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의도가 불순하다는 점은 눈치챘지만 살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용의자가 건넨 돈을 나누어 가진 다른 학생 4명도 함께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안조로프가 범행 직전 과거 파티에게 항의한 학부모 브하임 C.와 통화한 흔적을 발견했다. 다만, 브하임과 함께 학교를 찾아갔던 급진 이슬람주의 활동가 압둘하킴 세프뤼와 연락한 정황은 찾지 못했다.
BFM 방송도 SNS에 파티를 향한 불만을 올린 학부모가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용의자와 왓츠앱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학부모는 파티가 수업 시간에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한 풍자만화를 보여주면서 이슬람 혐오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자신의 연락처와 함께 교사 이름과 학교 주소를 공개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해온 안조로프는 프랑스 정보당국의 테러리스트 감시대상은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져들어 SNS를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주변 사람들이 증언했다.
지금은 삭제된 안조로프의 트위터 계정은 지난 7월 경찰이 관리하는 온라인 불법 콘텐츠 신고 플랫폼의 레이더에 잡혔고, 이를 분석한 보고서는 정밀 분석을 위해 대테러조정실(UCLAT)로 넘어갔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SNS에 넘쳐나는 혐오 발언을 규제하고, 이슬람 극단주의와 연계된 조직을 통제하는 등 이슬람 극단주의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연장선 위에서 내무부는 20일 파리 북동부 팡탱에 있는 모스크를 21일부터 6개월간 폐쇄하기로 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교사를 겨냥한 범행 발생 하루 전 해당 모스크가 페이스북에 파티를 비난하는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팡탱 모스크 대표는 영상을 공유한 이유는 풍자만화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차원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이슬람교를 믿는 아이들이 따로 추려 내진다는 걱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사법당국은 이날까지 용의자의 가족 4명과 용의자에게 돈을 받고 고인의 정보를 알려준 학생 5명, 수업에 불만을 품었던 학부모 등 총 16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아울러 온라인에서 삭제된 참수 당시 사진을 다시 게재한 신나치 웹사이트도 함께 수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