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10년 조롱에 '한판승'…테슬라, 지금 투자해도 될까 [한입경제]

김종학 기자

입력 2020-11-27 17:35   수정 2020-11-28 08:19

    10년 만에 적자 벗어난 테슬라
    S&P500 편입 앞서 사상최고가
    플랫폼·자율주행에서 '한 수 위'
    반테슬라 연합, 추격 가능할까


    우리나라 도로에서도 하루에 한 대쯤 보이고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투자했다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 주가가 말 그대로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에 테슬라가 정식 편입된다는 소식에 내리 상승세를 이어가며 추수감사절 휴장을 앞둔 지난 25일 테슬라는 종가 기준 574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이미 5배나 오른 테슬라를 두고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비중 확대` 의견 즉, 추가 매수를 권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4년 설립한 테슬라는 연간 기준으로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해 미국 월가에서 제대로 인정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10년간 거품 논란에 시달리던 테슬라에 대한 평가가 이제 바뀌는 걸까요

    ● 사기꾼에서 혁신 리더로...`꿈꾸는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는 이 사람, 일론 머스크를 빼고 얘기할 수 없죠. 허풍쟁이에 괴짜처럼 행동하지만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전신인 엑스닷컴을 만들어 나이 서른 한 살에 이미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고, 올해 테슬라의 가파른 주가 상승 덕분에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위 부자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당시 벌어들인 돈으로 2002년에 민간 우주탐사 회사인 스페이스X를 만들어서 우주여행과 화성 이주를 위한 거대한 로켓 `스타십`을 개발하고, 3D 프린터로 찍어 보다 날렵해진 우주복을 선보이고, 2010년엔 수 차례 실패 끝에 발사체를 도로 착륙시켜서 재사용하는 데까지 성공합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아직 돈 버는 회사는 아닙니다. 그동안 발사체 실험에 실패하고도 천문학적인 돈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준 회사가 일론 머스크가 같은 시기에 투자자로 참여한 테슬라입니다.

    ● 한 번도 흑자내지 못한 테슬라…대접 받는데 10년

    테슬라 로고의 알파벳 `T자`는 전기 발명의 혁신가였던 니콜라 테슬라(1856~1943) 약자이자 그가 꿈꾸던 교류 전기모터의 단면을 본따 만들어졌습니다. 전기차가 초기엔 낮은 성능의 모터와 배터리로 느리게 달리는 차라는 편견이 있는데, 2008년 CEO 자리에 오른 일론 머스크는 이 편견부터 깨기로 하고 스포츠카 로터스를 본따 만든 전기차 `로드스터`를 선보입니다.

    양산 모델로 선보인 고급세단 모델S는 전기차인데 날렵한 디자인에 빠르고 거의 완벽한 자율주행까지 갖춰 미국에서 도요타, 벤츠만큼 잘 팔리는 차가 됩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2017년 지금 실적의 발판이 된 보급형 모델3 생산 공장을 지을 시기에도 돈을 벌지 못한 최악의 회사였습니다.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테슬라를 향해 골드만삭스는 에너지 사업까지 벌이는 위험한 회사라고 평가해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에 이르죠. 자신만만해 하던 일론 머스크도 지난 달 CNBC 인터뷰에서 이 시기에 회사가 파산할까봐 굉장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고백할 정도입니다.

    테슬라는 보급형 모델3 대량생산에 성공한 2018년부터 현금이 쌓이기 시작하고, 중국에서 모델3, 모델Y 판매량이 늘어 다른 완성차 회사들을 제치고 올해 2분기부터 흑자를 내는 회사로 변신합니다. 올해 연간 예상 판매량은 사상 최대인 50만 대, 올해 7월부터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 시총마저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27일 현재 테슬라 시가총액은 5,440억 달러로 도요타 시총의 약 3배에 달합니다.)

    ● "테슬라는 가짜식당"…왕좌 뺏긴 도요타의 진짜 문제

    테슬라가 이렇게 치고 올라오는 사이에 기존 회사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연간 1,046만 대, 판매량으로 세계 1위인 도요타의 아키오 회장은 최근 실적발표 자리에서 "테슬라는 요리법만 가진 가짜 식당이다, 우리가 진짜 셰프와 재료를 가진 회사다" 이렇게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주력 차종의 판매량 둔화에 시달리고, 전기차 개발도 한 발 늦었지만 오랜 업력과 품질에서는 전통 완성차 업체가 한 수 위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거죠.

    그런데 아키오 회장이 `가짜 식당`이라고 깎아내리는 테슬라를 따라잡으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도요타·폭스바겐그룹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이윤을 남길 만큼 강력한 전기차 플랫폼을 구축하는 어려움 ▲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설비와 인력을 구조조정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맨 바닥에서 시작한 테슬라는 이제 캘리포니아 프리몬트뿐만 아니라 중국 상하이, 독일 베를린, 각 대륙마다 기가팩토리를 지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춰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공장이 완성되면 더 싸게 더 많이 팔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팔린 차들은 일론 머스크가 만든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에 접속해 언제든지 인터넷에 연결해 매일 주행데이터를 수집하고, OS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주행보조장치 즉 자율주행 기술에선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일본 닛케이오토모티브가 올해 2월 낸 보고서에서 차량 외부 레이더·이미지를 동시에 처리하는 전자제어장치(ECU) 기술에서 `충격적`이라고 평가할 정도인데요. 테슬라에 들어간 ECU는 고작 3개 칩셋으로 가장 가볍고 전력도 적게 소모합니다. 기존 차량 제조회사 가운데 가장 앞선 폭스바겐이 ECU에 70개의 부품을 쓰는데 이 수를 줄이는데 3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는 지난 9월 배터리데이에서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이 기술을 따라잡을 무렵인 2023년에 지금보다 절반 가격에 테슬라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 내연기관차 종말은 숙명…테슬라 독식 가능할까

    테슬라에 대해 낙관적인 시나리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정말 3천만원짜리 전기차를 100만대씩 만들려면 넘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남아있는데요. 값비싼 재료인 코발트를 빼고 니켈·망간으로 저렴한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의 실현 가능성도 불확실하고,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배터리 전기차 경쟁을 시작하면 원재료를 구하는 어려움 때문에 수익성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또 충전 인프라 표준이 나라마다 다르다보니 슈퍼차저를 쓰는 테슬라가 시장을 완전히 독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미국, 유럽과 우리나라는 앞으로 10~15년 뒤엔 가솔린, 디젤로 달리는 차를 탈 수 없는 시대를 맞이합니다. 자연스레 전기차 또는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을 선점한 회사의 점유율이 커질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배터리 소재와 기술, 자율주행 데이터와 플랫폼, 소프트웨어까지 다 잘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에 도요타, 폭스바겐 등 전통의 자동차 회사들이 테슬라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까요? 전통 자동차 기업들과 테슬라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앞으로의 주가가 말해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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