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에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해 국내 증시 전망이 줄줄이 빗나갔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예측 가능한 모든 증시 재료를 뒤흔든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이맘때쯤 증권사들이 발간한 올해 증시 연간 전망 보고서에서 제시한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는 1,900∼2,500 사이였다.
증권사별로는 메리츠증권·케이프투자증권 2,000∼2,500, 하나금융투자 2,000∼2,450, KB증권 1,950∼2,400, 한화투자증권·현대차증권 2,000∼2,350, IBK투자증권 1,960∼2,380, KTB투자증권 1,900∼2,300, 키움증권 1,900∼2,250 등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올해 코스피 연저점은 종가 기준 1,457.64(3월 19일), 연고점은 2,633.45(11월 27일)이다. 장중 기준 연저점과 연고점은 각각 1,439.43(3월 19일), 2,642.26(11월 25일)이다.
지수 결과로만 보면 증권가의 코스피 상단과 하단 전망이 모두 틀린 셈이다.
올해 증시를 비교적 신중하게 전망한 증권사들은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상장사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올해 코스피 예상 하단으로 2,000선 아래를 제시한 증권사가 더러 있으나 1,40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은 전무했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증시가 폭락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연초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비관적 전망이 나오기 시작할 때도 코스피 예상 낙폭을 실제 3월에 지수가 하락한 폭만큼 전망한 증권사는 거의 없었다.
반면 작년에 올해 증시를 낙관한 증권사들은 대체로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 상장사 이익 반등 전망, 국내외 저금리 환경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2019년 종가 기준 코스피 연고점은 2,248.63(4월 16일)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지수 상단 2,500선도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치였다.
하지만 올해 코스피는 2,600선을 뚫고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3월에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폭락한 후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에 힘입어 지수는 빠르게 반등했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쓴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기대, 미국 대선 불확실성 완화, 달러화 약세 등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상승장에 힘을 실었다.
갈수록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라는 대형 돌발 변수가 등장하면서 코로나19 이전에 나온 수많은 전망이 무의미해졌다.
이런 와중에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상단을 대체로 2,700∼2,900대로 긍정적으로 내다보면서도 조금 더 안전하게 지수 밴드 범위를 넓혔다.
각사가 작년 연말에 발표한 올해 연간 전망에서 제시한 코스피 예상 상단과 하단 차이는 350∼500포인트 사이다.
하지만 내년 연간 전망에서는 지수 상단과 하단 차이가 최소 500포인트(케이프투자증권 2,300∼2,800)에서 최대 750포인트(삼성증권 2,100∼2,850)로 벌어졌다.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최고 3,000(흥국증권)까지 잡으면서도 지수 하단을 최저 1,960(DB금융투자)으로 전망하는 등 변동성 확대를 더욱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관련뉴스